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https://surc.or.kr/changes/46) / 2019.08.09
글 | 김태희
사진 | 김대진(지니스튜디오)
서울역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이종필 이사장을 만나
서울 도시재생기업(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이하 CRC)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종필 이사장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기획팀, 서울시 마을기업사업단 정책기획팀장, 새로운 사회를 위한 연구원 상임이사, 사단법인 서울산책 상근이사로 일했다. 서울역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를 거쳐 현재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서울역일대 도시재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과 회현동, 용산구 서계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역 일대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 복합적인 동네다. 서울의 대표적인 중심 상업지구이자 세계적인 관광지인 동시에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언덕길 작은 가게와 가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이 서울역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이종필 이사장을 만나 도시재생기업(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이하 CRC)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종필_ 서울도시재생사업은 처음부터 주민과 중간지원조직(도시재생지원센터), 행정이 함께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활성화사업단계(마중물사업단계)와 이후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기업(CRC)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다. 그러나 선도지역들의 시행착오들을 보면서 마중물 사업이라는 사전 단계 없이 CRC가 생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재생 활성화사업이 마무리되기 전, 그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서울역일대도시재생지원센터가 중심이 된 CRC 준비단을 꾸렸다. 그것이 지난 2017년 7월이다. 자문단을 운영하고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작년 7월 창립 총회를 개최했고, 올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Q 올 봄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서울시가 함께 주관하는 CRC 지원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다
주민의 힘이 컸다. 결국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체다. 우리는 처음부터 주민들과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돈독한 관계를 맺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지원사업 공모에서 다른 3곳과 함께 최종 선정된 것도 주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총 65명의 조합원이 모였고(2019년 6월 21일 기준) 각자 5만 원에서 2백만 원까지 출자금을 냈다. 총 출자 금액은 1천5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 조합원의 70퍼센트는 중림동, 회현동, 서계동 주민들이다. 조합원의 절대 다수가 주민이라는 게 고무적이다.
Q ‘CRC’,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모두 일반인들에겐 낯설다. 쉽게 설명을 해준다면?
CRC는 다양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걸 목표로 하는 도시재생기업을 말한다.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역시 ‘도시재생을 하는 기업’이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도시 관리 사업의 주체는 ‘관’이었다. 중앙 정부, 시와 구까지. 이런 것을 이제 CRC라는 기업이 하겠다는 거다. 무엇보다 CRC는 해당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운영한다는 게 핵심이다.
Q 조금 추상적으로 들린다. CRC의 존재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많은 이들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설관리공단 이야기를 한다. 지역 시설물의 효율적 관리 운영을 통해 시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곳이 공단이다. 그런데 물음표가 있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가?’ 혹은 ‘프로그램이 시대적 흐름과 잘 맞는가?’ ‘다양해지는 사람들의 욕구를 수용하기에 충분한가?’ 등등. 그럴 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관리하는 기업을 만들어 시설관리공단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다. 주민과 함께 발맞춰 걸어가는 사회적 기업이 CRC다.
Q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인데,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일을 해왔다고 들었다
올해 2월 CRC로 선정되었으니 모든 것이 걸음마 단계다. 도시재생과 도시재생기업 모두 우리나라에선 처음 시도되는 일이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많은 일을 진행해왔다. 현재 우리 조합이 하는 일은 크게 5가지다. 지역 집수리지원사업, 저층 주거지 기반시설관리, 그리고 서울로7017과 주민공동이용시설 8곳 위탁 운영, 그리고 서울역 일대와 다른 지역의 도시재생 관련 컨설팅이나 워크숍 운영 등이다. 이 밖에도 ‘주민 공동체 사업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축제 기획자, 공간 매니저 등을 육성하고 있다.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게 될 주민공동이용시설. 서계동 은행나무집(왼쪽)과 회현동 계단집(오른쪽)
Q 주민공동이용시설에 대해 말해 달라
주민공동이용시설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시재생 주민 거점 시설이다. 서울역일대는 현재 총 8곳이 완공되었거나 공사 중에 있다. 이 주민공동이용시설을 우리가 위탁 받아 운영하는데 4곳은 수익형이 아닌 마을회관 같은 편의제공 시설로, 나머지 4곳은 수익형으로 운영한다. 카페, 쿠킹스튜디오, 팝업 갤러리 등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주민 공동체 사업가’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된 인력이 주민공동이용시설 등에서 활약하게 될 거다.
Q ‘주민 공동체 사업가’ 프로그램 중에는 축제 기획자도 있더라
이_지난 3년 간중림동, 회현동, 서계동 3개 동네에서 13번 정도 축제를 열었다. 그때마다 그들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중장년 기획자들이 정말 열심히 하셨다. 그동안 이 동네들에 문화 행사가 별로 없었는데, 자기 동네 축제를 직접 주도하는 일이니 정말 즐거워하시더라. 스스로 고민하고 만들어가면서 역량을 많이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주민들 입장에선 그 동안 회의에 참석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지나 직접 주민공동이용시설을 통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Q 주민 입장에선 집수리 지원사업이 도시재생사업을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일 것 같다
그렇다. 우리가 가장 힘주고 있는 부분이다. 막상 해보니 이게 단순히 기능적인 집수리 지원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 사업은 집안에서부터 만남을 시작한다. 나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마음도 열게 된다는 걸 알았다. 도시재생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 친밀한 관계를 시작으로 한 집 한 집 집수리 지원을 하면서 마을관리사업에 대한 구상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Q ‘마을관리사업’이란 무엇을 말하나? 아파트 관리비처럼 주민들이 일정 금액을 내면 우리의 조합원이 되고, 그 이후로는 우리가 전구 교체 같은 작은 일부터 큰 집수리까지 그들의 집을 관리해주는 거다. 그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커뮤니티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게 될 주민공동이용시설, 회현동 사랑채(왼쪽)와 서계동 청파 언덕집(오른쪽)
Q 어쨌든 기업이니까 수익 부분을 안 물어볼 수 없다
사회적 기업 역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을 활용해 카페를 하고 갤러리를 운영한다지만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일단 시작하면서 주민과 함께 역량을 키워 나가면 우리도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Q 결과적으로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일까?
우리의 비전은 ‘주민 역량 강화’다. 이를 통해 도시재생 활성화사업이 끝난 다음에도 도시재생이 스스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조성하고 있는 주민공동이용시설 8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데, 주민들이 직접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주민들이 알아서 운영해 보세요. 대신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 건 저희가 도와드리겠스빈다!' 이것이 우리의 중요한 사업적 비전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중림동 주민공동이용시설. 수산물을 냉동보관하던 중림창고를 리모델링중이다.
Q 도시재생의 성공 여부가 주민 역량 강화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결국 주민들의 자치력 성장에 있다. 내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공공성이 성장하고 그걸 바탕으로 도시의 공공성도 회복되고, 나아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결국 주민들이 자신의 힘으로 지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CRC가 정말 중요하다.
Q CRC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종착지라고 볼 때,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주민 역량 강화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 실현되려면 결국 정부와 시장이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며 자신이 사는 마을을 스스로 발전시켜 나갈 때 가능하다고 본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부와 시장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Q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도 같은 맥락 안에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목표이자 키워드는 ‘지속 가능’ 그리고 ‘주민과 함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공감과 신뢰’다. 집수리 지원 사업을 위해 주민들과 일대일 소통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다. 주민들과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 그 공감을 바탕으로 얼마나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더라. 친밀감과 함께 공감과 신뢰가 쌓여야 뭘 해도 가능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