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4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524)
글_박예하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해방촌 「다사리협동조합」 부모와 자영업자가 안심하는 해방촌을 위해
해방촌의 다사리협동조합은 ‘전통장(醬) 만들기 체험’으로 이미 지역에서는 입소문 난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돕는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고, 지역아동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과 지역 자영업자들을 위한 공동구매 사업을 하는 등 다채로운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고 있다.
※ 도시재생기업(CRC)_ ‘Community Regeneration Co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해방촌의 문제 해결이 해방촌의 도시재생
남기문 대표는 2003년부터 해방촌에서 살며 일하며 식당을 운영해왔다. 그가 지역의 도시재생 해결 과제로 ‘자영업 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해방촌은 인구 수에 비해 자영업 비율이 높은 편이다. 자영업자들이 높은 임대료와 배달 수수료, 재료비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와중에 가장 먼저 손 댈 수 있는 건 식재료와 포장용기라고 판단하고 ‘공동구매’를 사업모델로 만들었다.
남 대표는 해방촌의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구매 사업의 목표는 마을 단위의 유통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지금 유통 구조는 대형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뿌리는 방식이어서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1, 2, 3차 도매상을 거칠 때마다 마진이 붙어요. 인터넷 도매업체라는 데 들어가 보면 물건값은 싸게 보일 수 있지만 배송비 포함하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에요. 그걸 절감하려면 한 번에 최소 15만원, 20만원씩 사야 하는데, 그건 조그만 가게에서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기존 유통방식 대신 조그만 마을 단위의 거점들을 여러 개 놓는 방안을 써보자는 거예요. 공동구매를 해서 여기에 갖다 놓으면 동네 업체들이 직접 와서 살 수도 있고, 배달을 한다 치더라도 기존 유통과정보다는 비용이 훨씬 절감되거든요.” 실제 납품업체에서 최대 8천5백원, 중부시장에서 7천5백원인 땅콩 한 봉을 수입업자로부터 박스로 사면 한 봉에 4천2백원이라는 단가가 나온다. 거기에 적당한 마진을 붙인다 해도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얻는 것이다.
“도시재생기업은 지역이 가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에요. 그런데 도시재생이라는 게 건물을 바꾸고 거리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매진하고 있는 자영업 문제나 교육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저희가 2015년에 협동조합으로 시작했을 때는 전통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나눠 먹자는 생활공동체 개념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마을기업, 도시재생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마을공동체에서 점점 상상력을 확장해 지금과 같은 CRC 모델에 이르게 된 겁니다.”
장 담그기 체험학습은 다사리협동조합의 히트작이다.
흥행 성공! 장 담그기 체험학습
‘전통장을 만드는 생활공동체’로서의 다사리는 일찌감치 2015년부터 해방촌에 자리를 틀었다. 가까이 지내던 성당의 신부님이 장을 만들어서 신자들과 나눠 먹고 싶은 마음에 남 대표를 부추겨 시작한 일을 그대로 떠안게 되었다. “장이라는 게 한두 번 일회성 이벤트로 담글 수 있는 게 아니고, 공정이 1년 이상 걸려요. 파는 것도 문제지만, 숙성시킬 항아리도 문제예요. 숙성을 하려면 최소한 사람 손으로 만들어 두께가 있는 항아리를 사야 하는데, 하나에 38만원이나 하거든요. 그래도 협동조합 교육을 받고 다사리협동조합을 창립했더니 사람들이 관심 갖고 연락해 오더라고요. 그렇게 마을기업을 만들고, 아이들 체험학습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세 개 학교에서 시작한 장 담그기 체험학습은 입소문을 타고 서울 각급 학교의 요청으로 이어졌다. 고추장, 간장, 된장, 마지막 매실청 만들기까지 총 6회를 진행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린다. 고추장 만드는 날은 엿기름을 달이는 것만도 6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만든 건 학교 장독대에 보관한다. 다사리협동조합의 최종 목표는 이 장을 학교 급식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들이 동의하고 뜻이 있으셔도 기존 관습의 벽을 넘기 힘들어요. 영양사분들은 만약 아이들이 이 장을 먹고 탈이 나면 행정 시스템에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부담스러우신 거죠. 그래서 유통으로 받지 말고 그냥 학교 항아리에서 떠가시라고 해도 잘 안 돼요. 학교에서는 친환경 채소와 쌀을 쓴다지만 그걸 조리하는 양념들은 다 화학 조미료예요. 예산 부담을 얘기하시기도 하는데, 학교에서 된장을 써봤자 몇 톤을 쓰겠어요. 크지 않은 금액에 좋은 식재료를 먹이면 얼마나 좋아요.”
대신 재작년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장으로 본인들이 된장을 끓이고, 선생님들이 수육을 삶아 작은 잔치를 열고 있다. 이 시간을 가장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에게 좋은 것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전통장 담그기를 여기까기 이어오게 했다.
다사리협동조합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해방촌 아이들을 위해 식당을 운영한다.
교육 또한 도시재생의 중요한 영역이다
장 담그기 체험에 이어, 2018년부터는 아이들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교육은 제가 하고 싶어 했던 영역이라 제 의지가 많이 반영됐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표현을 잘 할 수 있도록 배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면서 알게 되지만 상대의 진짜 뜻을 알지 못해서, 혹은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관계의 어려움이 굉장히 많거든요. 다양한 표현을 경험할 수 있는 분야가 연극이라고 생각하고, 연극배우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자영업과 전통장은 ‘먹거리’로 연결되지만 예술교육은 뜻밖의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사리는 교육 또한 도시재생의 한 영역이라고 믿으며 아이들에게 마음을 쏟고 있다. “해방촌은 교육 환경이 부족한 동네예요. 공부방이나 돌봄시설도 없고, 어린이집도 작년까지는 야간 보육을 하지 않아 3시 이후에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어요. 이런 이유로 매일 저녁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아이들이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진심을 다하기에, 절실히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담아서 이윤 활동을 하는 곳인데, 일반 기업만큼 수익을 내라는 건 1톤 트럭에 5톤짜리 짐을 싣고 같은 속도로 달리라는 이야기와 같아요. 어린이 식당을 예를 들면, 이걸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맞벌이 자녀 등 저녁 시간에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사회가 돌보기 위해서예요. 수익과 성과를 기존 잣대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동과 그 대가가 공동체 안에서 가치롭게 순환되면 좋겠어요”
공동체의 노동은 공동체를 위해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다사리협동조합을 하나로 묶는 목표와 가치는 뭘까? “일단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건 결국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키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손길이 가는 만큼 노동비가 발생할 테고, 그것이 일자리로 순환되겠죠. 누군가의 큰 이윤을 채워주기 위해 소모되는 노동을 멈추고, 이렇게 공동체 안에서 꼭 필요한 노동들이 가치롭게 순환되었으면 합니다.”
다사리협동조합의 1년 후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물으니 ‘안정적인 경제적 자립’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래야 아이들 사업도 지속할 수 있고, 세 가지 사업도 공고하게 다질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 교육도 하고 밥도 챙기면서 조금 기대해보는 건, 이런 일련이 교육들이 해방촌에 있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거예요” 안정적인 경제적 자립을 위해 아직 풀어야할 숙제와 해야할 일이 많지만 분명한 건, 다사리협동조합은 해방촌을 더 믿을 수 있고 더 안심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사리협동조합 사업지 서울시 용산구 설립일 2014년 4월15일 조합원 2020년 6월 10일 기준 15명(후원 조합원 제외) CRC 선정일 2019년 11월 26일 CRC 유형 지역사업형 업종 제조업, 도소매, 서비스업
주요 사업 CRC 주요 사업 : 자영업자 안전망 구축 사업(공동구매 등) 현 진행 사업 : 전통장 보급 활동(전통장 체험학습, 마을식당), 마을교육공동체(방과후 문화예술 교육)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해방촌 방과후 돌봄 체계 구축, 자영업자 안전망 구축
해결 방안 어린이 문화예술 교육 진행, 어린이 식당 운영, 공동구매를 통한 자영업자 사업비 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