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493)
글_원영인(빈빈)
사진_이혜린(일오스튜디오)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상도4동 「상4랑협동조합」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다
올해 초 상도4동의 도시재생 활성화사업이 종료되면서 본격적인 자립을 시작한 상4랑협동조합. 정형빈 사무국장을 만나 ‘CRC로 홀로서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상도4동 '상4랑협동조합'은 올해부터 현장지원센터의 지원 없이 온전히 조합원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 도시재생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로 마중물 사업 종료 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주민들이 이끌어나갈 지역의 사업 모델은 무엇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할지 고민했어요.”
정형빈 사무국장은 상도4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상4랑협동조합’을 주민들과 함께 준비했다.‘일단 빗자루라도 들고 동네 청소부터 하자’ 는 생각에 2018년 주민협의체 분들과 청소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1월 상4랑협동조합 법인을 설립, 2019년 7월 완공된 주민공동이용시설 '상도어울마당'의 운영 주체 모집에 지원해 당당히 선정되었다. 이런 ‘지역관리’ 사업모델을 내세워 그해 9월 서울시 도시재생기업(CRC)에도 선정되었다.
정형빈 사무국장은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과 협동조합이 공존했던 6개월이 현재의 자립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 “어떤 CRC든 마중물사업이 종료되면 걱정이 클 거예요. 당장 운영을 위한 수익이 마련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도시재생사업 종료 1년 전에는 반드시 CRC를 만들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차근차근 준비한 시작, 상4랑협동조합의 홀로서기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다.
상4랑협동조합, 정형빈 사무국장
주민공동시설, 상도어울마당 3층 라운지
상도4동 도시재생현황판
청소로 자립의 기반을 닦다
“협동조합 사업의 첫 번째 목표는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였습니다.” 정형빈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주민이 쉽게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청소’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이다. 또 지역의 주요 거주 형태가 빌라라는 것도 기회 요인이었다. 그동안 계단 청소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찾아 잘 알지 못하는 업체에 맡겼지만, 지역과 서로를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청소를 하니 더 믿고 맡길 수 있다.
계단 청소에 필요한 인력은 2명, 이사 청소에는 최대 10명까지 투입된다. 계단 청소는 수익이 크진 않지만 대부분 정기적으로 진행돼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덕분에 벌써 80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지역을 위해 일하고 노동의 대가를 가져갈 수 있기에 조합원들의 활동은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동네에 새 빌라도 들어서고, 조합원들 중에 영업까지 직접 나서는 분도 많아 다행히 일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SH에서 건설한 아파트 청소와 관리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언제든 청소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격증을 위한 기술훈련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주민공동이용시설, 상도어울마당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운영
상4랑협동조합의 또 다른 주요 사업은 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주민공동이용시설 상도어울마당 운영이다. 마중물 사업 당시 도시재생 교육과 각종 주민 행사가 열렸던 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협동조합은 주민들과 함께 공간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도농교류나 육아프로그램 등의 이벤트 역시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우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 시설이 부족하다는 주민 의견을 모아 2층에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실내 놀이터를 마련했다. 자연스럽게 부모들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3층에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임을 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섰다. 다양한 서적이 구비돼 있으며 혈압과 체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설도 갖춰 어르신들의 방문이 제법 많다.
현재까지 상도어울마당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공간은 1층 카페 ‘어울터’. 소모임을 위한 4층 공간과 지하 1층 다목적홀은 시간당 공간 대관료를 받아 운영한다. 인근 중앙대학교와 숭실대학교 학생들이 동아리나 스터디 그룹 용도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상도어울마당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들.
왼쪽부터 돗자리영화제, 위닝 게임대회, 플리마켓과 도농교류장터
도시재생 인적 자원으로, 수익모델을 만들다
상도4동은 정형빈 사무국장이 어릴 적부터 뛰놀던 동네다.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다. 인근 중앙대학교 재학 시절 산학협력단으로 지역 공동체 활동을 시작해 상도4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다. 주민이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하고, 역량을 키워 지역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례다. 그는 ‘무엇보다도 내가 사는 지역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이기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에서 상4랑협동조합 사무국장으로 이어진 그의 경력은 지역 거버넌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업무를 장기적으로 담당하기에 주민과 공공기관, 협동조합의 매개가 되어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상4랑협동조합이 탄생하면서 어울마당 운영위원회를 조직했는데, 사회적경제센터장에서부터 지역 유지, 통장님 등 지역의 다양한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협동조합이 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알린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지역 인력의 양성과 도시재생 전반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기반으로 상4랑협동조합에서는 ‘학술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다른 도시재생 사업지로 파견하는 사업이다. 상4랑협동조합을 통해 업무 경험을 쌓은 이들이 동작구 본동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마을관리협동조합 관리 인력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근 대학 재학생들과 꾸준히 도시재생 세미나를 열어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도시재생 지원사업이 끝난 지역에서는 더 이상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아요. 하지만 도시재생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를 알려 지역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에 필요한 인력은 지역에서 찾자.’ 상4랑협동조합이 직접 인력 양성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당장 비즈니스가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전체 도시재생사업을 키우기 위한 비전을 갖고 스스로 그 길을 만들고 있다. ‘상도4동 주민 모두가 도시재생사업을 아는 것’이 정형빈 사무국장의 목표다.
지속가능한 재생을 위하여
이제 막 시작한 만큼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러나 상4랑협동조합이 세운 목표는 뚜렷하다. 바로 ‘상도4동 주민 모두가 도시재생사업을 아는 것’이다. 마중물사업으로 끌어올려진 다양한 지역 활성화 사업에 주민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일들을 끊임없이 구상 중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했던 역할을 CRC가 이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센터가 사라지고 집수리 상담할 곳이 없어진 주민을 위해 올해 8월까지 주민 80여 명에게 무료로 집수리지원센터(가꿈주택) 상담을 했습니다. ”기업의 이익이 지역에 재투자돼 지속가능한 재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상4랑협동조합은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역량 있는 인재가 도시재생에 많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도시재생 현장을 경험한 많은 인재들이 도시재생기업을 세워 지역 안에서 함께 발전해가면 좋겠어요. 관할 구청에서도 종료된 사업이 아니라 좀 더 관심 갖고 살펴봐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4랑협동조합 사업지 상도4동 설립일 2019년 1월 3일 조합원 80명 CRC 선정일 2019년 9월 20일 CRC 유형 지역관리형 업종 청소위생, 공간관리, 학술연구 주요 사업 빌딩 청소, 입주 및 이사 청소, 마을 카페 운영, 놀이터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어르신 일자리 부족, 어린이 인구에 비해 부족한 놀이 시설, 도시재생 완료 사업에 대한 하자 보수 및 관리 부족, 도시재생 인력 부족
해결 방안 빌라의 계단 청소 및 입주 청소에 필요한 인력을 지역 어르신들로 대체하도록 연결, 주민공동시설 내 어린이 실내 놀이터 개설 및 운영, 서울가꿈주택 상담 및 도시재생사업 관련 업무 자발적 수행, 공동체 인력을 양성 및 파견하는 학술연구 용역사업 실시, 주민공동이용시설 내 주민교류 이벤트 및 소모임 공간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