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2
원문 -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surc.or.kr)
회현동을 애정하는 작은 전통주 가게 남촌가주
회현역 3번 출구를 나와 남산 올라가는 길. 사거리 모퉁이에 하늘색 컬러로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가게가 있다. 손님에게 판매 제품을 정성껏 설명하고, 오며 가며 들리는 동네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의자를 내어주는 전통주 가게. 남촌문화협동조합의 남촌가주다.
Q. 남촌가주는 어떻게 만들어진 공간인가?
박병화 대표 : 남촌주(南村酒)의 명맥을 이어보겠다 만든 지역 모임으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내가 살고있는 회현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서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협의체 역사분과 모임을 하며 남촌주를 알게 되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주민공모사업을 신청해 3년간 전통주 공부를 하며 술도 빚고 교육도 하다 남촌문화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전통주 양조장을 하며 지역을 알리는 교육사업을 하고자 했는데, 수익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우선 전통주 보틀숍으로 시작하기로 하고, 전국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Q. 실제 남촌주(南村酒)라는 게 있나?
박병화 대표 : 조선시대 청계천 북쪽 일대를 북촌, 남쪽 일대를 남촌이라 불렀다. 남촌은 지금의 회현동 일대를 말한다. 남주북병(南酒北餠)이라고, 예로부터 서울 남촌은 술맛이 좋고, 북촌은 떡맛이 좋았다고 한다. 지역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남촌주를 찾아보았는데 문헌상으로만 남아있고 실제 술 빚는 법은 내려오는 게 없었다. 그래서 옛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남촌주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Q. 남촌문화협동조합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박병화 대표 : 조합원은 모두 5명이다. 각자 생업이 있고, 현재 나만 남촌가주에서 전업으로 일하고 있다. 노문이 매니저는 도시재생으로 조성된 주민공동이용시설 회현사랑채에서 공간 매니저로 일하며 남촌가주 일을 돕고 있다. 남촌문화협동조합의 자본으로 남촌가주가 만들어졌다. 수익이 나면 일정 부분은 지역을 위해 재투자할 생각이다.
노문이 매니저 : 다른 조합원들은 교육 요청이 있을 때 저녁 또는 주말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다.
Q. 전통주의 매력은 무엇인가?
노문이 매니저 : 남촌가주를 열고 우리가 술맛을 알아야 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장깨기 하듯 지역 술을 한 병씩 따서 손님들과 함께 테이스팅을 했다. 같은 술이라도 평이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다.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이 정말 다 다르더라. 쌀과 누룩, 물만으로 다양한 맛을 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동안 우리 술만 빚고 맛보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전통주만의 매력이다. 박병화 대표 : 전통주는 누룩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어떤 균에 의해 발효됐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는데 같은 업체의 누룩으로 술을 빚어도 빚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난다. 이 부분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그래서 내 누룩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 균일한 맛을 가진 나만의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젊은 친구들이 전통주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재료로 다양한 맛을 내는 전통주의 이런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남촌가주만의 누룩이 있나?
노문이 매니저 :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데 맛을 균일화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 왜 사용이 편한 입국(현대화 된 누룩)을 쓰는지 이해하게 됐다. 남촌가주만의 누룩은 계속 연구 중에 있다.
Q. 남촌가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은 또 무엇이 있나?
노문이 매니저 : 전통주 빚기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축제에서 시연도 하고, 술빚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역 셰프와 함께 우리가 빚은 술과 셰프의 음식을 메뉴로 내는 콜라보 행사도 했다. 지난주에는 중림동 중림창고에서 진행하는 플리마켓에 참여해 판매 실적을 꽤 올렸다(하하). 판매도 판매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남촌가주를 알리고 있다.
Q. 원데이 클래스는 어떻게 진행되나?
노문이 매니저 : 전통주 빚기 체험과 전통주 테이스팅, 스토리 강의로 클래스를 진행한다. 최대 8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술은 준비된 재료로 각자 빚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에는 매장 내 전통주를 맛보고 술맛을 비교하며 마신 술에 대한 스토리 강의를 한다. 체험과 술, 스토리가 있는 화기애애한 프로그램이다.
Q. 남촌가주가 생기고 지역 안에서 변화가 있다면?
박병화 대표 : 남촌가주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앉아계신 그 의자(매장 입구 의자)에 많이들 앉았다 가신다. 처음에는 뭔가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려워하셨는데, 지금은 편하게 찾아주신다. 사는 이야기도 하시고, 지역 스토리도 들려주신다. 의자 위 그림도 동네 주민분 소장품이다. 이 그림 덕분에 그 벽은 한 평 갤러리가 되었다. 주민분들의 소장품을 돌아가면서 걸 예정이다. 다들 회현동에 몇 십년씩 사신 분들이니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모두 지역의 역사다.
회현동 주민들의 소장품을 거는 남촌가주 한 평 갤러리
Q. 지역명을 내세운 남촌가주,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박병화 대표 : 앞에서 말했듯이, 남촌문화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전통주를 잇고, 지역을 알리는 일이다. 그래서 전통주 가게를 운영하면서 한 편으로 소규모 양조장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주는 쌀과 누룩, 물로 만든다. 이 중 누룩은 손으로 빚는데 이 공정을 주민들에게 일자리로 제공하고, 빚은 술은 주변 식당과 연계해 판매하며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남촌가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역 안에서 계속 역할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