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469)
글_원영인(빈빈)
사진_김태유(일오스튜디오)
서울가꿈주택사업으로 새 단장한 ‘사당4동 다가구주택’ 집수리는 사랑입니다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던 박종식 씨의 3층 다가구주택은 올해 서울가꿈주택사업 덕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무암으로 외벽을 마감하고 징크 패널로 단열을 보강했으며 창호도 전면 교체했다. 매끈하고 튼튼하게 수리한 이곳에서, 거주하는 이들과 오래도록 함께 살고 싶다는 그에게, 집수리 과정에 대해 물었다.
Q. 이 집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언제부터 사셨나요?
사당4동은 제 고향이에요. 집안 대대로 이곳에 살았고, 저도 이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이 집은 원래 외갓집이 있던 터에 삼촌이 1989년에 지은 건물이에요, 제가 1999년에 매입해 3층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습니다. 은퇴 전까지 출판사를 운영했는데, 이 건물 지하실을 회사 사무실로 사용했었죠.
Q. 3층 건물인데, 몇 세대가 입주해 있나요?
1층은 상가예요. 치킨집과 카페가 들어와 있어요. 2층에는 두 세대가 사는데, 한 집은 하반신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살고 있어요. 25년 동안 저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에요. 출판사를 운영하는 동안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제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으니, 감사의 마음으로 임대료 없이 집을 내어주었어요. 살고 싶은 만큼 살라 했죠.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가 양해해주어 이 또한 감사해요.
Q. 어떤 문제가 있어서 집을 수리하게 됐나요?
아무래도 건물이 30년 넘다 보니 단열이 잘되지 않았어요. 결로와 곰팡이 때문에 늘 골치가 아팠죠. 창틀이 죄다 삭아서 겨울엔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비까지 샜어요.
Q. 건물을 팔거나 신축하지 않고 개보수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대로 두기에는 세입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건물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2층의 한 집이 계약이 만료돼 이사 나가게 됐어요. 마침 옆 건물도 신축 공사를 한다고 하고요. 공사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지요. 그래서 아예 신축하려고 안전진단을 받았어요. 그런데 웬걸, 건물 자체 안전성에서 A+을 받은 거예요. 알고 보니 건축 당시 튼튼한 자재를 사용해 지었던 거죠. 신축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뼈대가 튼튼하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집수리를 하기로 결정하게 됐어요.
Q.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지원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집수리를 결심하던 차에, 동네 어귀에서 본 서울가꿈주택사업 현수막이 떠올랐어요. 바로 사당4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방문해 문의했지요. 그게 지난 3월이에요. 몇 번에 걸쳐 서류가 오간 다음 구청에서 나온 건축사가 현장 실사를 했고, 그로부터 1주일 후에 보조금 지원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사실 서류 작업이 너무 복잡했어요. 나도 힘든데, 어르신들에게 이 과정은 더 힘들 것 같았어요. 사당4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 말씀드렸더니, 어르신들에게는 사진을 찍어 오면 그걸 바탕으로 서류 작성을 도와드린다고 하더군요.
Q. 집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어떤 부분을 수리했나요?
우선 건물의 창호를 모두 교체했어요. 3층만 해도 창이 10개가 넘을 정도로 건물에 크고 작은 창이 많은데, 건물 전체 창호를 교체했죠. 또 숙원사업이던 외벽 단열과 방수공사도 했어요.
Q. 공사는 어떻게 진행 됐나요?
제가 출판사를 할 때 관련 업무로 건축자재 박람회를 자주 다녀 자재를 좀 아는 편이에요. 어떻게 공사할지에 대한 그림도 머릿속에 있었고요. 하지만 좋은 업체를 만난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습니다. 사당4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추천받은 업체들 중에서 견적서를 여럿 받아 선택하게 됐는데, 작은 업체지만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공사해서 믿고 맡길 수 있었어요. 건물이 시장 골목통에 있어서 건물 전체에 이동식 비계를 설치하고 공사 현장이 보이지 않도록 완벽하게 포장한 상태로 공사를 했지요.
Q. 공사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올해 유난히 장마가 길고 태풍이 잦아서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창호를 다 뜯은 상태에서 태풍이 두 번이나 왔으니까요. 동네 사람들이 다 걱정할 정도였죠. 그리고 토박이인 제가 서울가꿈주택사업으로 공사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들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이 동네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제가 아는 한에서 설명해드렸어요.
Q. 서울가꿈주택사업 홍보대사셨네요. 집수리가 끝난 다음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 동네에는 늘상 재개발 소문이 돌아요. 그래서 종종 동네에 분란이 일어나죠. 어르신 중에는 있지도 않을 재개발 때문에 수리를 미루는 분도 많고요. 그럴 때면 제가 우리 집 이야기를 말씀해드려요. 이 지역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고, 그래서 서울가꿈주택사업을 통해 집수리 지원을 받았다고 말이에요. 제가 받은 지원이 곧 재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하는 증거일 테니까요.
Q. 공사 후, 세입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안 그래도 1층에서 10년 동안 장사하고 있는 치킨집 사장님이 임대료를 올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지금까지 허름한 건물을 참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지난 10년간 임대료를 한 번도 올린 적 없지만, 앞으로도 결코 변동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드렸어요. 그리고 서울가꿈주택사업 조건 중에 ‘임차료 상생협약’이 있어요. 공사 후 4년간 세를 동결하겠다는 약속이죠.
Q. 앞으로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신청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절대 여름에 공사하지 마세요. 태풍 때문에 정말 고생이 많았거든요. 서울가꿈주택사업이 3월부터 접수를 받는데, 상담을 포함해서 서류 넣고 견적을 받다 보면 금세 여름이 돼요. 꼭 공사 날짜를 잘 맞춰서 진행하시길 조언해 드려요. 그리고, 저만의 팁이 있다면 ‘상담하러 갈 때 건물 사진 몇 장 찍어서 가라’는 거에요. 보면서 얘기하면 상담이 훨씬 쉽고 빠르게 진행되거든요.
박종식 씨는 '개발'이 아닌
'재생'을 통해 가족의 터전이 이어지길 바란다
Q. 공사를 하고 나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사 기간 동안 계속 비가 온 덕분에 ‘비가 새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비가 새지 않고 결로가 없을 테니 앞으로 세입자분들에게도 덜 미안해지겠네요. 매번 어쩔 수 없이 그저 참아달라고만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기쁜 건, 가족이 짓고 살던 집에 더 오래 살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집안 곳곳에는 제 어릴 적 추억이 남아 있어요. 아직도 저기 계단을 보면 그곳을 오를 때마다 힘들어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거든요. 지금은 안 계시지만 덕분에 함께 사는 느낌이에요. 우리 아들도, 아들의 자식들도 계속 이 집을 고쳐가며 쭉 이어서 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