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6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468)
글_ 원영인(빈빈)
사진_이예린(일오스튜디오)
서울가꿈주택사업으로 새 단장한 「불광동 다세대주택⌟
주민 화합으로 다시 태어난 집
오래된 공동주택에 누수 같은 문제가 생기면 공사하기가 참 어렵다. 문제의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이웃끼리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공사 과정에서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어려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간 곳이 있다. 여섯 세대가 살고 있는 북한산 자락의 불광동 주택. 1988년에 지은 이 건물의 고질병이었던 누수 문제는 물론, 공용공간까지 단장했다. 남윤정(1층 나), 윤석원(지층 나), 최부연(1층 가) 씨를 만나 서울가꿈주택사업과 함께한 집수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물이 참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어요. 수리 전엔 어떤 부분들이 문제였나요? 남윤정 이 빌라가 지어진 지 3년이 되던 해에 이사 왔으니, 제가 이 집에 산 지도 30년이 다 되어가네요. 가장 큰 문제는 누수였어요. 1층인데도 옥상에서부터 벽을 타고 물이 뚝뚝 떨어졌죠. 그래서 8년 전에 건물 사람들과 다 같이 돈을 걷어서 외벽 방수공사를 했어요. 그랬는데, 3년 전부터 물이 또 스며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공사 전에는 천장에 물주머니가 생길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어요. 최부연 골조 자체가 오래돼서 건물의 공용공간은 어디 하나 성한 부분이 없었어요. 옥상이나 마당에 방수가 전혀 안 됐고, 공동출입문과 창문은 문을 닫아 두어도 두어도 비가 들이칠 정도였죠.
Q. 서울가꿈주택사업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신 거예요? 윤석원 방수공사가 시급해서 이미 공사하기로 마음먹고 업체를 찾아봤어요. 입주자들끼리 얼마씩 돈을 걷자는 얘기까지 나눈 상태였죠. 그러다 한 분이 지역 신문에서 서울가꿈주택사업 공고를 본 거예요. 공사비의 50%를 지원한다는 말에 그길로 제가 은평 집수리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어요.
Q. 공사비는 어떻게 나누어 부담하셨나요? 윤석원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인 옥상과 마당, 외벽의 방수와 옥상 홈통 공사를 했고, 공용 출입문을 교체했어요. 계단실 창호도 교체 했구요. 서울가꿈주택사업 덕분에 원래 계획했던 공사비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원하는 집이 있다면 각자의 전용공간까지 수리하자고 결정했죠. 그래서 네 집은 창호까지 바꿨어요. 이미 두 집은 창호를 바꾼 상태였구요. 공용공간 공사비는 여섯 집이 나눴고, 창호를 교체한 집들은 여기에 추가 비용을 내는 식으로 공평하게 나눴죠.
Q. 공동주택을 수리하는 경우라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신청하고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꽤 복잡했을 것 같아요.
윤석원 5월에 은평집수리지원센터에 가서 알아보고 와서 주민들과 회의를 했지요. 다들 동의해서 6월에 신청서와 동의서를 냈고, 7월에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선정됐어요. 공사는 7월 말부터 시작했는데 장마가 길어져서 공사 기간이 약간 늘어났지요. 그때그때 안건이 있으면 옥상 정자에 모여 회의도 하고,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단톡방에 회의 진행 상황을 알리고, 요청사항을 전달했어요.
남윤정 공사 중에 저는 하필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있었어요. 그래서 윤 선생님 혼자서 이리저리 고생하셨지요. 개인적으로 바쁜 이들의 몫까지 모아서 대표로 애써주셨어요.
최부연 윤 선생님이 나서지 않으셨으면 아마 못했을 거예요. 자기 시간을 내서 은평집수리지원센터와 주민센터 등에 가서 서류를 다 준비하고, 여섯 집을 일일이 찾아가 동의서도 얻고. 또 공사 과정에서 시공업체와 연락하는 일도 맡으셨고요. 굉장히 귀찮은 일인데도 당신 일이 아닌 부분까지 챙기시며 봉사하셨어요. 공사할 때 집을 비울 일이 있으면 윤 선생님에게 아예 열쇠를 맡기기도 했어요.
Before
After 오래된 창틀을 바꾸고 공용 출입문을 교체했더니 건물 외관의 인상이 달라졌다.
Q. 입주민들 입장을 대변해 공사를 진행하셨으니 부담스럽기도 하셨겠어요 윤석원 서울가꿈주택사업 신청을 처음 하다 보니 집수리 코디네이터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 특히 고민이 많았는데, 업체별 성격이나 적당한 견적 등을 상세하게 상담해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좋은 업체들을 찾을 수 있었죠. 조건에 맞는 업체 몇 개를 입주민 단톡방에 올리고 투표를 해서 결정했어요. 단계별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볼 데가 있으니 든든했지요.
Q. 여섯 집이 얽힌 문제였으니 서로 책임을 미룰 수도 있었을 텐데요. 윤석원 입주민들 모두 협조적이었어요. 그 원동력이 바로 1층의 남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손수 화단과 마당을 가꾸시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다 관리하고 계시거든요. 제일 오래 사신 분이 솔선수범해 건물의 집사를 자처하셨으니 다른 분들이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Q. 가구별로 의견이 달랐을 때 갈등은 없었나요? 최부연 물론 약간의 이견이야 있었지요. 아랫집에서는 비가 새는 부분이 우리 집은 멀쩡했거든요. 우리 집은 비가 안 새는데 똑같이 돈을 내기가 그렇잖아요. 그런 식으로 의견이 다를 때 여기 계신 두 분이 중재를 해주셨어요. ‘내 경험상 이럴 때는 아랫집이 조금 더 부담하는 것’이라는 식으로요. 연륜 있으신 분들이 경험을 얘기해주셔서 무난하게 협의되었어요.
윤석원 건물에서 두 집은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데, 공사 중에 불편이 있었으니 앞으로 4년 동안은 집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임차료 상생협약’을 맺었어요.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또 맨 위층에 살던 입주자는 공사 시작 전에 집을 팔고 이사를 가게 됐는데, 나가면서도 공통으로 들어가는 공사비를 다 냈어요. 아무리 집을 팔아도 6개월 안에 생긴 하자 비용은 내야 한다지만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태반인데 굉장히 고마운 일이지요.
Q. 석 달간의 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튼튼하고 아늑한 집으로 변했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최부연 비 안 새고 따뜻해지니 큰 걱정이 사라졌어요. 또 공사를 하면서 이웃끼리 친해진 덕분에 집에 사는 맛이 더 난다고 할까요? 마치 시골 동네처럼 맛있는 것 있으면 옆집 문 두드려서 갖다주기도 하고 종종 만나서 수다도 떨고 있어요.
남윤정 저는 공사를 하는 김에 아예 도배도 하고 싱크대도 교체했어요. 20년 전부터 쓰던 싱크대라 낡고 불편했는데, 비용이 부담돼서 계속 미루다 서울가꿈주택사업 덕분에 용기를 얻었지요.
Q.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신청할지 말지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최부연 자격 조건에 해당되면 무조건 고치세요! 지원을 받는 계기가 생기니 생활 환경을 바꿀 용기도 나더라고요. 집을 고치고 주거가 안정되니까 다른 일에도 의욕이 생겨요. 불필요하고 지저분한 것도 버리게 되고 생활도 정돈되는 등 좋은 파급 효과가 많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가꿈주택사업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윤석원 이런 공동주택은 수리를 결정하기가 어렵고, 금세 낡기 때문에 한 십 년 있으면 또 공사가 필요할 거예요. 중장기적인 지원 계획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자신의 터전을 계속 개선해 나가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