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9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459)
글_원영인(빈빈)
사진_김태유(일오스튜디오)
서울가꿈주택 사업으로 새 단장한 ‘수유동 정옥순 씨’ 댁
떠나고 싶은 집에서,
돌아오고 싶은 집으로
빌라와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수유동 골목 안, 보라색 대문 집. 정옥순 씨 가족은 십수 년 전 이 집과 인연을 맺었다. 이사 올 때 고등학생이었던 자녀들은 어느덧 출가를 앞두고 있다. 가족의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이 집은 올해 서울가꿈주택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정옥순 씨 집의 안과 밖은 어떻게 변했을까?
Q. 이 집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언제 지은 건물인가요? 1974년에 지은 집이에요. 우리 가족이 이사 온 지는 십 년이 조금 넘었고요. 원래는 전셋집을 구했는데, 이 집이 우리 예산 안에 매물로 나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선택하게 된 집이에요. 처음 이사 올 때도 매우 낡은 상태였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도배 정도만 하고 들어왔어요. 조금만 살다 이사 갈 생각이었죠. 집에 대해 큰 애정 없이 지내다 보니, 크고 작은 불편이 있어도 그냥 눈 감고 살았어요.
Before_울퉁불퉁한 바닥과 녹슨 철문
After_말끔하게 도장한 대문 앞에 선 정옥순 씨
Q.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집은 집과 연결된 골목이 사유지라 도시가스가 들어올 수 없는 집이에요. 이사 들어오고 뒤늦게 기름보일러 때는 집이라는 걸 알았죠. 게다가 옛날 집이라 층고까지 높으니 난방비가 많이 들었어요. 창틀이 낡아서 웃풍도 심했구요. 난방비는 많이 나오는데 집은 춥고. 그러던 중에 올해 둘째 딸이 결혼해요. 새 가족을 맞으려니 그제야 낡은 집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고민하던 차에 강북구 지역신문에 실린 서울가꿈주택사업 공고를 보게 됐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수리지원센터에 전화를 했지요.
Q. 집수리 과정은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새로 도배를 하고 장판 정도만 교체할 생각으로 전화를 했어요. 강북집수리지원센터 오화선 코디네이터님이 서울가꿈주택사업 자격 요건이 되는지부터 확인하시더라고요. 조건이 확인되자 직접 집을 방문해서 상황을 점검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제가 하나둘이 아닌 거에요. 지붕으로 비가 스며들어서 천장과 벽에 곰팡이가 잔뜩 슬고, 바닥 아래 배관도 제 기능을 잃은 상태였어요. 그러니 열심히 보일러를 때도 따뜻해지지 않았던 거죠. 지붕이며 바닥 배관, 방수, 창호까지 전부 다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Before_균열이 보일 정도로 벽과 지붕이 낡은 상태였다.
After_지붕 교체와 외벽 도장으로 외관이 밝고 깔끔해졌다.
Q. 예상보다 공사 규모가 커져서 걱정되셨겠어요. 집수리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 비용 부담이 커서 처음에는 ‘차라리 이사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작아도 마당이 있어, 지금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이 지내기에는 이 집만 한 데가 없겠더라고요. 이 상태로는 부동산에 내놓아도 사갈 사람도 없겠다 싶었구요. 그래서 코디네이터님에게 고민을 얘기했더니, 저렴한 주택개량융자지원사업을 안내해주셨어요. 공사 비용의 일부는 지원받고, 대출 이자가 0.7%로 주택개량 및 신축 융자지원사업에 신청하면 당장 큰돈 들이지 않고 수리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 전체 공사비가 3천5백만 원 정도 나왔는데 1천2백만 원은 서울가꿈주택사업으로 지원 받고, 나머지 필요한 돈의 일부(2천만 원)는 융자지원을 신청한 상태예요.
Q. 실제 어떤 부분들을 공사하셨나요? 지붕 전면 교체, 외벽과 대문 페인트칠, 단열 공사, 창호 교체, 난방 배관과 배수관 교체 등이 큰 공사였죠. 어차피 집을 다 뜯었으니 욕실 타일, 부엌 싱크대도 바꿨어요. 도배도 하고요. 공사하는 데 20일 정도 걸렸네요. 5월에 신청해서 공사는 9월 말에 끝났어요.
Before
After_창틀과 배관 교체, 도배 등으로 실내는 훨씬 아늑하고 따뜻해졌다.
Q.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서울가꿈주택사업과 주택개량융자지원사업에 함께 신청하는 바람에 준비할 서류가 많아서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업체별로 견적을 받는 것도 막막했고요. 집수리 코디네이터님이 참 세심하게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주셨어요. 공사 종류별로 대략적인 견적과 지역 업체 정보를 알려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 곳에 전화해서 견적을 받았는데 다행히 꼼꼼하고 양심적으로 시공하는 업체가 공사를 맡게 됐어요. 준비과정이 길긴 했지만, 덕분에 큰 공사를 짧은 시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Q. 공사할 때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요?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보니 창호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겹창을 이중으로 달고, 벽의 단열재도 7cm 두께로 보강했지요. 지붕을 교체하고 단열, 창호까지 마무리하고 나니까 겨울이 두렵지 않네요. 그동안 화장실이 너무 추워서 겨울에 샤워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였거든요.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했던 부분이죠. 창호도 바꾸고 타일도 싹 교체하고 나니 이제 추운 날 밖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따뜻하게 씻고 쉴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아요.
Before_공사 전 마당에서 본 현관
After_지붕과 창호, 현관문을 교체해 단열과 집의 아름다움, 모두를 얻었다.
Q.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서울가꿈주택사업에 신청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집수리’라는 큰일을 서울가꿈주택사업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어요. 결과도 너무 만족스럽고요. 다만 공사 과정에서 자재비나 인건비 등을 미리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금은 준공이 난 다음에야 받을 수 있어요. 업체를 선정하고 예산 계획을 짤 때 이런 부분을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집수리 코디네이터님에게 자금 운용 상황을 상세하게 얘기하는 것도 중요해요. 융자 등 추가로 필요한 부분을 안내해주기도 하니까요.
‘떠나고 싶은 집’이 ‘돌아오고 싶은 집’으로 바뀌어 감회가 새롭다는 정옥순 씨
Q. 십 년 넘게 살던 집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사실 이 집은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났어요. 남편 사업이 어려워져서 갑자기 이사 왔으니까요. 그래서 불편하더라도 참고, 사정이 나아지면 벗어나자는 마음이었죠. 처음 이사 왔을 때 풀지 않은 짐을 지하실에 그대로 방치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공사를 결심하고는, 쌓아놓은 묵은 짐부터 치웠어요. 불필요한 물건도 하나둘 덜어냈죠. 그러고 나니까 이 집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다는 그림이 그려졌어요. ‘이사 나가고 싶던 집’에서 ‘빨리 돌아가고 싶은 집’이 된 거죠. 새로워진 집에서 우리 가족의 더 행복한 삶을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