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9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600)
글 | 박예하 사진 | 이예린(일오스튜디오)
오라클라운지 식구들. (왼쪽부터) 신기희(신짱구), 우선택(초실장), 임재정(심바빠), 안선영 대표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암사동 ‘오라클라운지’ 영감을 주는 이웃, 도시를 재생하다
암사동의 ‘오라클라운지’는 페인팅, 가구 제작, 셀프 집수리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에너지 넘치는 도시재생기업이다. 인생의 조언자들을 만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긴 기업명답게 안선영 대표는 '오라클라운지'가 사람과 도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도시재생 기업이 되길 바란다. ※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한 지붕, 두 가족
시끌벅적한 암사시장 골목통의 한 건물 지하. 계단을 내려가자 뜻밖의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크고 묵직한 목공 기계, 페인트통, 교육용 자재들이 늘어선 알록달록한 공간과 부드러운 조명과 가구들로 채워진 사무실 겸 스튜디오까지. 바로 오라클라운지의 사무실이다. 한 지붕 아래 협동조합 백길창작소가 함께 입주해 있다.
“오라클라운지는 실내 페인팅과 체험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회사예요. 마을 목공소 ‘나무의 귀환’과 협업하곤 했는데, 이 나무의 귀환이 주민기술학교 수업에 참여했던 주민들과 뜻을 모아 협동조합 백길창작소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인 협업 시너지를 내자며 공간을 나누었죠. 백길창작소처럼 이 공간에 다양한 단체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오라클라운지는 도시재생 콘텐츠를 연구하고 시험해볼 수 공간이 되는 거죠.” 안선영 대표의 뜻에 따라 현재 이 공간에는 페인트 시공 전문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목수, 지역활동가들이 자리를 틀고 느슨하면서도 적극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다
안선영 대표는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거쳐 여수 엑스포까지, 10여 년 동안 이벤트 기획사를 운영하며 종횡무진 세계를 누볐던 이다. “회사를 닫고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던 중 우연히 페인트 작업을 하게 됐어요. 거기서 보니 굉장히 비싼 페인트가 자투리로 남는 게 아깝더라고요. 이걸로 뭔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품도 칠하고 가구도 칠하며 놀아보기 시작했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교육을 받던 무렵, 마침 암사동에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었고, 페인트 관련 콘텐츠를 주민공모사업으로 신청했다. “지금의 암사동 앵커(상상나루來)가 리모델링 되기 전에는 굉장히 낡은 건물이었어요. 공사 직전에 우리가 쓰게 해달라고 하고, 각 층과 방마다 색깔을 바르고 외부 아티스트와 지역 청년 단체들을 초청해 전시하게 했어요. 아이들이 와서 낙서도 하고, 풍선에 자투리 페인트를 넣어서 던지는 이벤트도 하고요. 그때 저희보다 오히려 밖에서 보시는 주민분들이 ‘이게 도시재생 커뮤니티 활동이다’라고 말씀해주셨죠.”
초반에는 시공 후 남겨진 페인트를 활용한 페인트칠 강좌와 필요한 이들에게 페인트를 나눠주는 ‘나눔 프로젝트’와 같은 ‘페인트 리사이클링’ 활동이 주를 이뤘다. 이후 철거 직전의 건물에 색을 입히는 퍼포먼스부터 직접 가구를 제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활용 영역을 확장하며 오라클라운지는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예비사회적기업에서, 도시재생기업(CRC)으로
예비사회적기업이었던 오라클라운지는 2019년 CRC(도시재생기업)에 선정되었다. 지난해 CRC 사업 2년 차를 맞아 오라클라운지가 새롭게 도전한 프로젝트는 ‘CRC 핸드메이커스’. 도시재생 지역들의 지역특화상품 제작과 작은 공방들의 경영난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온 프로젝트다.
“CRC 지원 기업 중에 기술 훈련비를 이렇게 많이 투자한 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주민기술학교 학생들의 역량을 좀 더 끌어내서 지역 공방들과 함께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 제작은 물론, 판로까지 개척하려 합니다. CRC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거예요.”
안선영 대표는 ‘CRC 핸드메이커스’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의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지난 해, 오라클라운지는 페인팅, 가구 제작, 업사이클링 등 3개 분야에서 약 15명을 교육했다. 이 교육생들이 만들어낸 시제품 전시를 여는 게 CRC 핸드메이커스의 첫 목표였는데,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위치한 서울도시재생이야기관에서 작은 전시를 열어 그 목표를 이루었다.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한 분 한 분 각자의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찻잔 받침 하나를 만들더라도, 내 이름을 단 브랜드를 갖는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최근에는 암사동 앵커(주민공동이용시설) ‘상상나루래’ 1층 카페 운영을 맡는 등 사업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다.
커뮤니티, 나를 위로하고 도시를 재생하다
“작년에 주민기술학교를 수료하신 주민분이 강사가 되었어요. 이곳 공간을 함께 쓰고 있는 협동조합 백길창작소의 목수 ‘신짱구’는 원래 건축을 전공한 암사동의 경력 단절 주민이에요. 육아에 전념하다 이제는 여기 있는 멋진 가구들을 직접 만들고 목공 기계도 다루죠.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성장하고 있으니, 주민들 모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오라클라운지를 매개로 모인 주민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변화를 맞이한다. 교육을 받은 수강생이 이후에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나눠주는 강사가 되고,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함께 교육생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커뮤니티를 만들며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함께한다. 이러한 순환의 과정은 주민들이 스스로 역할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암사동만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오라클라운지의 수업에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부터 헤어 디자이너, 어린이집 원장님, 경찰 공무원, 학교 선생님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힐링을 경험하고 서로 친구가 된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도시재생을 하고 싶어요. 페인트를 바르고 나무를 만지는 작업이 다 명상이거든요. 개인이 이런 형태의 명상을 통해서 위로와 힐링을 받고 치유를 경험하고 이웃과 나누다 보면, 그것이 확장되어서 도시가 치유되지 않을까요.” 오라클라운지가 만들어가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도시재생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해 의미있는 울림을 주고 있다.
오라클라운지(주) 사업지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 설립일 2018. 04. 30 조합원 이사 3인, 감사 1인 CRC 선정일 2019년 9월 CRC 유형 지역사업형 업종 건설업, 교육서비스업, 디자인 주요 사업 페인트 시공, 기술교육, 업사이클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문제 수공예 제조업의 쇠퇴. 페인트, 나무, 가죽 등 자투리 폐기물도 많이 나온다.
해결방안 주민 교육과 행사 기획을 통해 주민 역량을 높이고 스스로 생산하는 해결책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