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0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623)
글_김수현(빈빈)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사진 제공_수유1동 마을 기자단
수유1동 마을기자단
“빨래골이 다시 태어나는 소식을 전합니다”
어떤 일이 그렇지 않을까마는, 도시재생 사업에 ‘소통’은 필수다. <수유1동 빨래골 소식지>를 만드는 수유1동 마을기자단. 이들은 도시재생 이야기와 마을 소식을 알리고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공감대를 두텁게 쌓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수유1동 마을 기자 강신희, 김홍녀, 최경숙
Q. 수유1동 마을기자단,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김홍녀_ <수유1동 빨래골 소식지>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호를 발행했고, 올해 2월 22일에 2호가 나왔다. 3개월에 한 번 발행할 예정이다. 2호 소식지부터는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들이 만들던 소식지와 통합 발행하게 됐다.
Q. 소식지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
최경숙_ 수유1동의 크고 작은 소식과 도시재생에 관한 이야기 위주로 싣고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해 12월 비대면으로 진행한 ‘빨래골 수다 축제’ 같은 마을 행사와 새로 단장한 공간, 도시재생 관련 시설에 대한 새 소식 등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마을기자단이 취재한 내용을 실었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글뿐만 아니라 이웃의 글도 받아서 동네의 생생한 소식도 전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늘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담고 싶은 내용이 참 많다.
마을기자단은 <수유1동 빨래골 소식지>에
마을 소식과 도시재생 이야기 등을 담는다.
Q 어떻게 마을기자단으로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최경숙_ 나는 마을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민들 사이에서 해설사를 더 양성해 우리 마을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우리 마을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를 비롯해 이 마을 기록 책을 만든 팀이 마을기자단의 시초가 됐다.
강신희_ 어느 날 마을 소식지 기자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강북구 소식지 기자로 10년째 활동 중인데, 우리 동네에도 힘을 보태고 싶어 기자 양성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나를 비롯한 10명 정도의 주민이 3개월 동안 기사 작성하는 방법과 소식지 제작에 꼭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Q. 소식지 제작을 위해 어떤 교육을 받았나? 어떤 과정으로 소식지가 완성되는지도 궁금하다
강신희_ 도봉구 마을 신문 <도봉N>의 이상호 기자가 글쓰기 강의를 해주었고, 마을 기자 중 한 사람인 김상덕 님이 핸드폰으로도 무리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촬영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소식지를 만들 땐 주기적인 회의와 기자들 사이의 피드백이 필수다. 일주일에 한 번, 마을기자단이 모여 어떤 방향으로 신문을 만들지 논의하고 지면을 배분한다. 원고는 이상호 기자가 수정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기자단이 서로의 원고를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
Q. 2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를 만들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강신희_ 임진숙 신임 동장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임진숙 동장은 우리 동네에서 처음으로 부임한 여성 동장이다. 기자단과 함께 점심을 먹다가 새로 온 동장을 만나 인터뷰를 하자는 의견이 나와 그 자리에서 바로 수유1동 주민센터에 연락하고 인터뷰하러 갔다. 동장은 흔쾌히 우리를 맞아주었다. 수유1동에 대한 가득한 애정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소식지를 보고 ‘우리 동네에 여성 동장이 부임된 걸 처음 알았다’고 한 분들이 꽤 많았다.
교육을 통해 글쓰기 역량을 키운 마을기자단은
회의와 취재를 통해 소식지를 만든다.
Q. 기자 일을 업으로 하던 분들이 아니라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김홍녀_ 글을 쓴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오랫동안 써오던 어투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기자단은 자신이 열심히 쓴 글을 동료와 돌려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들에 대해 토의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지적해야 할 순간이 오는데, 이때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한번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의 글을 평가하면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었다. 물론 지금은 관계를 잘 회복해서 함께 다음 호를 준비하고 있다.
Q 마을 기자로 활동하며 자신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홍녀_ 지난해 유방암을 발견해 치료에 들어갔다. 현재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만약 주민협의체 일과 마을기자단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병원 생활만 하면서 우울하게 지냈을 것 같다. 이웃을 만나고 지역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낸 덕에 아프다는 걸 잊게 되고, 이것이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마을 기자와 주민협의체 대표를 맡으며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운다. 신문 제작을 비롯해 이 나이에 새로운 걸 습득하고 도전한다는 것이 즐겁고 보람차다. 다른 주민들도 다양한 활동에 동참해 마을이 점점 더 활력이 넘치는 걸 보고 뿌듯함도 느끼면 좋겠다.
Q 기자단 활동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때가 있다면?
최경숙_ 소식지는 마을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소식지가 발간되면 기자들이 일부를 직접 배포한다. 상가를 돌고, 이웃을 만나 소식지를 건네면 저절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일반 신문처럼 담벼락 너머로 툭 던져 전하는 게 아니라 어르신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드리기도 하고, 외지인이 동네에 새로 차린 가게를 알게 되어 소개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소식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게 되는 것. 이것이 소식지가 가진 중요한 역할이자 소식지를 만드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기자단은 소식지를 직접 배포하며 주민과 소통하고 기삿거리도 찾는다.
Q. 주민협의체 주민으로서, 그리고 마을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기자단으로서, 우리 동네 도시재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궁금하다
강신희_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인 주민공동이용시설(앵커) 5개가 올해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 시설이다. 시골의 마을 회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동네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이 공간을 통해 어떻게 해야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오랜 세월 쌓아온 이들의 삶의 경륜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경로당의 경우 주택 하나를 통째로 매입해 짓는 만큼 어르신들의 건강 및 영양 관리, 소양 교육 등 많은 활동을 준비하려 한다. 이런 크고 작은 노력이 모여 우리 동네 도시재생에 힘을 더하는 것 같다.
Q. 마을기자단이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김홍녀_ 수유1동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 지도 어느새 3년째를 맞았다. 꽤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이 도시재생을 위해 일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많지 않다 보니 주민들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진행과정을 바라본 입장에서 이제 곧 기대할 만한 성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마을 기자단이 소식지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도시재생으로 인해 달라질 우리 마을의 모습이다. 총 5년의 도시재생 사업 기간 동안 계획하고 실현한 일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것. 소식지가 가야 할 방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소식지에 담는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 ‘우리 마을 기록관’ 같은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
최경숙_ 2018년 시작된 도시재생 사업이 올해 반환점을 돈다. 한마디로 2021년은 주민들이 사업에 따른 결과를 실제로 하나씩 보게 되는 해다. 그만큼 주민들과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민협의체에서는 마을 기자단을 ‘주민협의체 소통과기록위원회 마을기자단’으로 격상하고, 기록위원회 아래 영상팀, 마을소통팀도 새로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소통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행정적인 사업 기간 이후에도 우리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이제는 도시재생 사업이 끝난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업 기간 이후에도 소식지가 우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쭉 전하는 소통의 매개체로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