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6
원문 -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surc.or.kr)


수유 1동 도시재생엔 아이가 함께했다 “꿈꾸던 일이 실현되던 날, 엉엉 울었어요”
모락(모이면 즐거운 다락)은 2022년 7월에 완공된 수유1동의 유일한 청소년 공간이다. 이곳은 2016년 마을의제워크숍과 어린이도시재생학교에서 청소년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면서 구체화 되었다. 이렇게 모락의 설립과정을 취재하던 중, 이야기를 하나 듣게 되었다. 모락 개관식 후에 한 아이가 ‘모락이 진짜 지어질지 몰랐다’며 울먹였다는 이야기였다. 그 아이에게 모락은 어떤 의미가 담긴 공간일까. 수유 1동의 도시재생 마중물사업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17살 최지민입니다. 8살부터 수유 1동에 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도시재생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린이도시재생학교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어린이도시재생학교 프로그램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참여했어요. 팀별로 수유1동을 돌아다니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토의 후에 개선방안까지 찾았어요. 그리고 큰 지도 위에 모형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서 저희가 발견한 문제점과 이를 개선한 후의 모습을 붙여놨어요. 이때 나왔던 문제들 중 기억에 남는 건 골목이나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우자는 것과 부서진 벽에 꽃을 심자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프로그램이 끝나고 거리를 걸을 때 길가를 유심히 살피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거리가 깨끗해져서 좋아요.



그 이후에 다른 활동도 했었나요?
함수사랑방*에서 목요밥상을 했었어요. 목요일 저녁에 만나 각자 집에서 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부모님은 회의하고 저희는 옆방에서 놀았어요. 어렸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에너지 자립마을 축제에도 참여했는데, 자전거를 타면 그 동력으로 아이스티를 만들어드리는 봉사를 했었어요. *수유1동에 있는 마을 사랑방 이름. 현재는 주민모임이나 회의 장소로 사용 중이다.

이런 활동들을 어렸을 때부터 했는데, 이게 도시재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요?
어렸을 땐 재밌으니까, 엄마랑 같이하니까 한 활동들이었어요. 그래서 이 활동을 하면서 제가 직접 도시재생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근데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동네에 빨래골생활문화공작소나 모락 같은 공간들이 생기고, 골목도 깔끔해지면서 동네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건 느끼고 있었어요. 주민들이 이 동네에서 많은 것을 꿈꾸고 실현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동네 안에서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그리고 결국 하고 있는 것. 이게 도시재생 아닐까요?
엄마도 수유 1동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 후에 직업을 바꿔 수유1동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엄마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
엄마가 도시재생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지금 이런 걸 계획하고 있고, 이렇게 할거라고요. 말로만 들었을 때는 가능할까 싶은데 엄마가 끝까지 해내는 걸 보고 ‘할 수 있구나’ 싶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같이 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엄마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모락이 지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엄마가 우리 동네에 청소년 공간이 생길 거라고 말해주셔서 알고는 있었어요. 그런데도 모락 개관식을 보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생각이 현실이 된 거니까요. 동네에 청소년 공간이 없어서 학교 끝나고 놀거나 쉴 공간이 부족했거든요. 모락에는 놀거리, 즐길 거리가 많으니까 하고 싶은 건 이 안에서 다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지금의 수유 1동이 너무 좋습니다. 항상 수유 1동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동네에 갖는 애정은 소중하다. 어린 주민은 마을의 반짝이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 지역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하는 사람이 된다. 동네에 애정이 생기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다시 큰 움직임으로 지역에 환원된다. 가시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생각의 파장 역시 도시재생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유1동의 도시재생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마중물 사업이 종료된다. 이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수유1동의 도시재생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 새로운 시작 역시 응원하며, 지민 학생의 말처럼 수유1동에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