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5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526)
글_원영인(빈빈)
사진_김태유(일오스튜디오)
(왼쪽부터) 삼양로컬랩 사회적협동조합 황지영 대리, 이동규 대표, 박연신 과장, 곽선희 사무국장, 이재철 이사
서울 도시재생기업(CRC)_강북구 삼양동 「삼양로컬랩 사회적협동조합⌟ 주택에서 택배까지, 주민과 함께 답을 찾습니다
강북구 삼양동.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주민 불편을 해소해 줄 마을 관리사무소가 들어섰다. 삼양로컬랩 사회적협동조합은 주민과 지혜를 모아 동네 문제 해결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 도시재생기업(CRC)_ ‘Community Regeneration Co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로컬랩은 지역의 문제를 탐구하고 솔루션을 연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연구의 대상이자 주체는 주민들.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공공기관, 사회경제단체와 함께 고민한다. 로컬랩에서는 정해진 형식과 기한이 없이 필요한 문제가 생기면 공론장을 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지혜를 모은다. 삼양로컬랩은 강북 지역에서 20여 년간 집수리 등 주거 복지와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온 이동규 대표와 활동가들이 모여 설립했다. 설립 첫 해인 2019년에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 문제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학부모, 상인회, 통장협의회, 시민회 등이 모여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게 2019년까지 22번의 공론장이 열렸고, 논의된 과제는 127개에 달했다.
‘주거 안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다
“수많은 의견을 분석해보니 결국 키워드는 ‘주거 안팎의 안전’이더군요.”
이동규 대표가 설명을 이어갔다. 삼양동 주택의 80%는 지어진 지 30여 년이 넘었다.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언덕이 워낙 가파른 데다 골목길이 마구잡이식이라 초행자가 길을 잘못 들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고, 자동차가 주택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주택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 도로 정비 같은 공사는 아예 엄두를 낼 수 없다. 지형적,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숙제가 삼양로컬랩에 주어졌다.
다양한 시민사회활동 경험으로 삼양로컬랩 사회적협동조합을 시작한 이동규 대표
주민들과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공공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삼양로컬랩 활동가들에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지하 방에 혼자 사시는 한 어르신을 찾아뵀는데, 형광등이 나간 지 석 달이 됐는데도 그냥 살고 계시다는 거예요. 너무 사소한 고장이라 수리를 부르기도 힘들고, 막상 도움을 요청할 데가 없다는 것이었죠.”
전구가 나가거나, 방충망이 헐거나, 수도꼭지가 망가지는 일이 과연 참고 살 만한 불편함일까? 이동규 대표는 삼양동에는 일상 속에서 주거 안팎의 안전을 관리해줄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0월 문을 연 삼양동 마을관리소는 이렇게 주거 관리에 대한 다양한 필요에 대해 주민들이 제안한 해결책이었다. 마을관리소는 마치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처럼 늘 인력이 상주하고 있어, 소규모 수리 등은 현장 인력이 직접 손을 보거나, 필요한 공구를 무료로 빌려준다.
마을관리소는 주민이 제안한 주택 관리 해결책
삼양동 거주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부를 수 있는 집수리 기술자들이 필요했다. 마침 이동규 대표가 해온 활동 중에 ‘해 뜨는 집’이라는 집수리 활동이 있었다. 동네의 기술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무료로 집을 수리해주는 봉사활동이다. 이대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술자들을 여러 번 찾아가 마을 주택관리사업을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결국 간담회를 거쳐 삼양동 집수리 기술자 여섯 명이 마을관리소와 협업을 맺게 되었다. 지역 집수리 기술자들과 함께하는 마을관리소의 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주거환경개선사업 구역 내 서울가꿈주택사업이나 노후주택 개보수가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주민들의 집수리 상담만 32건, 실제 실행한 집수리는 12건, 서울가꿈주택 공사가 1건 있었다. 불과 5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앞으로 늘어날 수요까지 생각하면 삼양동 집수리 업체들과의 협업만으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택관리학교다.
좁은 골목과 가파른 언덕은 삼양동 주민 생활의 가장 큰 불편 요소다.
올해 문 연 마을관리소는 삼양동의 주거 안전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2019년 주택관리학교 1기를 모집해 15명 학생이 수료했다. ‘해 뜨는 집’ 집수리 기술자들이 스승이 되고 학생 주민들은 8회의 수업에 걸쳐 페인트, 도배, 수도, 전기 등의 기술을 배웠다. 마을의 든든한 일꾼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주택관리학교에서는 예상치 못한 커뮤니티도 탄생했다고 한다. “수료생들이 ‘제페토와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주민을 위한 목공수업도 하고, 수업에서 만든 가구를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 센터에 기부도 하더군요.” 배움이 공동체로, 또 지역 돌봄 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삼양로컬랩은 주택관리학교 2기를 모집해 보다 전문적인 심화교육을 시행해나갈 예정이다.
마을 주민이 직접 찾아가는 택배
삼양동 마을관리소에 도착하는 순간 누구나 숨을 고른다. 이곳을 찾으려면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집이 가파른 비탈길과 마주한 삼양동에서 주민 아이디어가 빛난 사업이 있다. 언덕 사이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다. 세 계절은 놀고 있는 제설함을 변형해 만든 것이다. 뚜껑이 평평해서 평소에는 의자로 쓰다가 염화칼슘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열어 꺼낼 수 있다. 언덕 곳곳에 놓인 10개의 벤치는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리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삼양동 마을택배 집하장
현재 마을택배수집원 14명이 활동하고 있다.
외지인 중 언덕 때문에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아마 택배 노동자일 것이다. 자동차가 들어설 수 없는 골목도 많아서 일일이 짐을 들고 언덕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순 있지만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건 불가능한 지역이 삼양동에는 많다고 한다. 이런 주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삼양로컬랩의 ‘마을택배’ 사업이다. 주민이 택배 수집을 요청하면 다음날 마을 주민인 수집원이 집을 방문해 택배를 가져오는 서비스다. 마을의 택배는 지하철 삼양역 인근에 있는 마을택배 집하장으로 모이고, 이를 강북자활택배사업단이 의정부 집하장까지 연결한다. 일반 택배 기사들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주민도 부담 없이 발송을 요청할 수 있으며 주민들이 직접 찾으러 오니 믿을 수 있다. 또한 택배수집원은 서울시 50플러스재단 ‘보람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모집했으니 지역 어르신 일자리도 마련한 셈이다. 현재 14명의 마을택배수집원이 교육을 마치고 활동 중이다.
CRC가 지켜야 할 것은 ‘사회적 가치’
2019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돼 도시재생기업(CRC)으로 선정된 삼양로컬랩의 조합원 수는 16명, 사무실 상주 인원은 5명이다. 지난 1년은 도시재생 공동체를 위한 주민역량강화에 힘썼으며, 이제 막 시작한 수익 사업이 마을관리소와 마을택배 집하장이다. 아직까지 협동조합 운영비는 자치구에서 의뢰하는 연구용역과 도시재생 교육, 주민자치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민 조합원들의 주된 수익은 주택관리학교 선생님들의 기술 노하우 공유로 발생한다.
그렇다면, 삼양로컬랩은 CRC로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이동규 대표는 역으로 ‘자치구 예산을 얻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산은 정책과 연결되기 때문이에요. 솔루션을 정책화하는 것이야말로 주민에게 진정한 혜택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지요. CRC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지역의 삶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공익성이에요. 그렇기에 삼양로컬랩은 지자체, 공공기관의 협력과 지원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요.”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사회적 가치라는 도시재생사업의 의미가 퇴색할 바에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재원을 마련해 주민 소통의 장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주민과 함께 해결책을 찾으면
도시재생의 길이 보이기 마련이죠.”
삼양로컬랩은 지금도 공공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문제가 보이면 바쁘게 움직인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제로페이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업장들을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집집마다 작은 화분과 손편지를 보내 재난 상황에서 고립된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거주 환경의 애로를 토로하는 주민이 한 명 두 명 마을관리소로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마을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민들의 지혜를 만나고, 시민사회단체나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련된다.
“삼양로컬랩이 만든 삼양동 마을관리소가 ‘서울시 1호 마을관리소’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이것이 모든 마을관리소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봐요.”
이동규 대표는 모든 지역은 저마다의 문제점과 필요 사항이 있기에 그 해결의 실마리 역시 주민의 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로컬랩’인 만큼 주민들과 함께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거예요. 당장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주민들과 손잡고 과정을 겪다 보면 반드시 답은 나오기 마련이지요.”
삼양동 로컬랩 사회적협동조합
사업지 강북구 삼양동 설립일 2019. 8. 22 조합원 16명 CRC 선정일 2019. 9. 23 CRC 유형 지역사업형 업종 마을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컬랩 주요 사업 마을관리소, 마을택배, 집수리, 주민 대상 교육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가파른 구릉지의 불편한 이동 환경, 노후 주택과 골목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 독거 어르신의 열악한 주거 환경, 지역 상권 쇠퇴 등
해결방법 집수리 및 서울가꿈주택사업과 연계된 마을관리소 운영으로 동 주민센터가 미치지 못하는 마을 관리를 맡으며 지역 기술자, 택배수거, 공동체교육 등의 인력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활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