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496)
글 | 박예하
사진 | 구태유(일오스튜디오)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마장동 어바웃엠협동조합 마을과 마음을 잇는 엄마들
마장동의 어바웃엠협동조합(대표 정미라)은 동네 엄마들의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CRC(도시재생기업)로 성장했다. 도시재생에 뛰어든 엄마들이 작지만 꾸준하게, 낯설고 어렵지만 차근차근 지역에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축산 관련 상점이 늘어선 마장동의 작은 골목, 뜻밖에 아기자기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라는 간판이 걸린 이곳이 어바웃엠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형 마을카페이다. 어바웃엠협동조합 정미라 대표는 이곳 마장동에서 15년간 미술 교사로 일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일을 그만두고, 지역 공동체에서 자기 역할을 찾고자 시작한 게 ‘마도로스’라는 모임이었다. 축산시장이 있어 늘 차가 많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공간도 부족했던 마장동에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만들고자 하는 엄마들이 모였다고 해서 ‘마장동에 도서관을 로망하는 맘스’를 줄여 붙인 이름이다. “뭐라도 해야겠다, 하고 시작한 모임이에요. 주변 엄마들한테 ‘같이 해볼래?’ 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며 적극 동참하더라고요. 40대 주부들의 자기 삶을 찾고 싶은 욕구,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모인 거예요.”
마을 카페가 도시재생기업(CRC)으로 발전하다
하지만 도서관을 짓는다는 건 만만치 않은 목표다. 그러던 중 도시재생 사업으로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6년 마도로스가 주민 단체로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시장 중심지다 보니 아무래도 상인들이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생계 때문에 쉽지 않잖아요. 도시재생 희망지(도시재생활성화사업 사전단계) 사업을 준비할 때 자연히 ‘마도로스’가 많은 역할을 했는데, 여기에 상인분들이 감동하셨더라고요. 1년 동안 무상으로 시장 안 공간을 북카페 공간으로 활용하라고 제공해주셨어요.”
그 공간이 ‘못나숲’,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이다. 하지만 너무 시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행사할 때만 사람이 모이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들기 어려웠다. 1년을 운영하고 동네 안에 자리를 보던 중 낡은 카센터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셔터 말고는 제대로 된 문도 없던 건물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해 지금의 예쁜 카페로 바꾸었다. “도시재생에서 마을 카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특히 이 골목엔 축산시장과 관련해서 아침 일찍 일을 하시고 이른 오후에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아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도 어둡고 침침했죠. 그런 골목길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이 카페는 의미가 있어요.”
‘못나숲’ 카페는 마장동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경제조직으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제껏 무상으로 봉사해왔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필요했다. 10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기로 하고 어바웃엠협동조합(abuot M coop)이 탄생했다. “저희에게 M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더라고요. 마장동의 M, 마도로스의 M, 우리들의 마음이 모였다고 해서 M이에요.”
이곳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주변 상인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회의를 하고,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하는 주민들도 많아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과 문화 예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기타 동아리, 공예 동아리 같은 다양한 과목에 더해 주민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 신청도 받는다. “멀리 가야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우리 집 앞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이 공간의 가장 큰 의미예요.”
도서관을 만들어주려는 엄마들의 작은 모임이 도시재생기업(CRC)으로 성장하였다.
다음 사업 모델은 ‘오픈 키친 만들기’
동네 엄마들을 중심으로 모인 협동조합이기에 서울 CRC 공모에 지원하는 행정적인 과정을 거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기존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축산시장 중심의 정책들에 밀려 속이 상한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어바웃엠협동조합이 CRC로 선정된 것은 이들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사업형, 지역관리형 등 CRC의 여러 모델이 저희한테는 애매하기도 하고, 관련 개념이 어렵기도 해요.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선정됐을 때 가장 기뻤던 이유는 우리가 여태까지 해왔던 일들이 잘못된 게 아니었고, 이런 일들이 필요하고, 그걸 통해 도시재생이 동네 사람들에게 실제로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어바웃엠협동조합은 2019년 ‘서울 CRC’에 선정되었다.
CRC 사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건 오픈 키친 만들기다. 이미 시장 안에 ‘마장키친’ 이라는 작은 공간을 갖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거기서 시도해본 쿠킹 클래스도 큰 호응을 얻었으니, 못나숲 카페 옆 창고 공간을 이용해 이를 수익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 어바웃엠협동조합의 올해 목표다. “맞벌이 부부나 혼자 사는 외국인 학생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간편한 인스턴트 식품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아요. 그래서 여러 세대가 모여 식사를 하거나 건강한 반찬을 준비할 수 있는 쿠킹 클래스를 꾸준히 열고 싶어요.”
이와 함께 성동구에 있는 여러 돌봄센터에 아이들 간식을 납품하는 모델도 구상 중이다. 지금 납품되는 간식은 2천 원이라는 낮은 단가 때문에 질이 떨어지고, 간식 업체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운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냉동식품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모델이 실현되면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건강한 간식을 먹이려는 엄마들의 마음이 수익 모델로 발전되는 것이다. “음식 솜씨 좋은 엄마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즐겁게 하는 일이 소일거리가 되고, 용돈 정도나마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그게 우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예요.”
엄마들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이지만 못나숲 카페는 다양한 주민들이 드나드는 ‘사랑방’이 됐다. “아버님들도 많이 오세요. 예전에는 ‘뭐하러 가는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여기서 뭔가를 배우면서 즐거움과 해방감을 느끼니 저희가 하는 일을 이해하시게 되는 거죠. 요새는 어르신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세요. 퇴임하고 손주를 키우며 살아야 하는데 동네에 친구는 없고, 동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고 제게 상담을 요청한 분도 계세요. 어느새 저희가 30대부터 60대, 70대까지 포괄하는 그룹이 된 거예요.”
작은 공간, 작은 협동조합이지만 이들은 시장과 주민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을 완충하는 역할도 한다. 마도로스에도 남편이 시장에서 일하는 회원들이 여럿 있었다. “‘싸우지 마세요’라고 말해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아요. 그게 아니라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클래스도 열고, 크고 작은 행사를 함께 하면서 갈등을 줄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마장동도 살만하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거죠.”
어바웃엠협동조합 조합원
CRC를 운영하는 힘, 마장동 사람들
다양한 세대,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CRC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정미라 대표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 또한 마장동 사람들이다. 내부 공사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잠깐이라도 카페를 닫으면 주민들이 먼저 아쉬워한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차 마실 만한 공간이 생겼네’ 정도로 생각하던 주민들이 이곳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 공간 때문에 내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할 때면 비할 데 없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음료 값을 계산하기 어려우신 할머니가 오셨는데, 차를 내드리니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어요.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어바웃엠협동조합
사업지 마장동 설립일 ‘18. 6.16 조합원 10명 CRC 선정일 ’19.09.23 CRC 유형 ☑지역사업형 □지역관리형 업종 아카데미, 문화예술교육, 홍보물 제작, 커피, 베이커리 외 주요 사업 지역 영유아 돌봄 및 마을 카페 운영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축산시장 중심 지역으로 이른 오후 문을 닫는 상점이 많아, 유동인구가 많아도 골목이 일찍 어두어워진다. 지역 안에서 문화를 누릴 수 공간도 부족하다.
해결방법 커뮤니티형 마을카페 운영으로 늦은 시간까지 어두운 동네를 밝히고,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 안에서 문화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게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