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4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https://surc.or.kr/changes/530)
글_박예하(빈빈)
사진_김태유(일오스튜디오)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암사동 ‘캔디뮤지컬컴퍼니’ 춤과 노래로 오래된 골목을 밝히다
캔디뮤지컬컴퍼니는 서울 도시재생기업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뮤지컬 극단이 어떻게 도시를 재생한다는 걸까? 도시재생을 내용으로 한 창작뮤지컬부터 주민 가수를 육성하겠다는 계획까지, 캔디뮤지컬컴퍼니 박민강 대표의 순수한 열정과 지역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았다.
※ 도시재생기업(CRC)_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슈퍼마켓에서 시장에서 공방에서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뒤이어 동네 아이들이 부르는 캐롤이 흘러나온다. 남녀노소 주민들이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 최선을 다해 나눠 부르는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을 듣다 보면 어느새 얼굴 가득 미소가 피어난다. 캔디뮤지컬컴퍼니에서 만든 ‘암사동 캐롤 마을주민 버전' 유튜브 영상(2019년 제작)이다. 박민강 대표이사는 모니터 앞에 앉아 이 주민들 중 누가 암사시장에서 장사를 하는지, 엄마와 딸이 누구인지 신이 난 아이처럼 설명해준다.
춤과 노래로 여는 예술교육의 길
20대 후반부터 뮤지컬 극단에서 활동하다 극단을 창단해 서울 곳곳에서 활동하던 박민강 대표는 어느날 문득 고향 암사동에 정착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제 활동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지고, 동네에서 알려진다는 게 좀 쑥스러웠어요. 그런데 어느날 내가 나고 자란 암사동에서 주민들과 문화예술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지금도 잘 설명이 안돼요. 그때부터 지역의 사람들을 모집하고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캔디뮤지컬’을 정식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형태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2년경부터 그가 만들고 활동한 극단 라임뮤지컬 역시 비영리 단체였다.
캔디뮤지컬컴퍼니, 박민강 대표
“저는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늦게 접했어요. 그런 건 어릴 때부터 체계를 밟아온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죠. 그러다 보니 전공자나 직업예술인이 아니라도 예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그게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연기를 하는 게 꿈이었던 지역 주부한테 그걸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거요.”
이런 생각에 공감한 일반인들이 하나둘 모였고, 2017년 한국 최초의 도시재생 주민뮤지컬 <윌리지>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주민들과 함께 만든 도시재생 뮤지컬, 윌리지
기존 콘텐츠에 주민이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롭게 지역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든 <윌리지>는 암사동 도시재생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1년 동안 시놉시스를 쓰고, 노래와 안무를 만들고, 주민들과 프로 배우들을 적절히 배합해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공연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 암사도시재생지원센터의 때맞춘 권유로 정식 도시재생기업 ‘캔디뮤지컬컴퍼니’로 탄생하게 되었다.
전문적 토대 위에 쌓아갈 지역의 화음
연예인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뮤지컬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연계 전반의 불황에서 뮤지컬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도모하는 게 가능할까? 캔디뮤지컬컴퍼니는 치열한 고민을 통해 분리형 전략을 내놓았다. 기업을 구성한 전문가들의 기존 생업인 음원 제작과 주민 훈련 및 지역 콘텐츠 육성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잡은 것이다.
“원래 저희는 방송에 쓰이는 음원도 만들고, 프로스포츠구단 응원가도 만들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부산경찰청에서 시작된 ‘안전속도 5030’이라는 캠페인 음악이 전국 단위로 커져 국토부 통화연결음도 되고 감사패까지 받았어요. 이게 생업이지만 여기서 생기는 수익 일부를 CRC의 토대를 더 견고히 하는 데 투자하고 있어요.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함께 노래하는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려 이런 캠페인 음악을 만들 때 가수로 고용하기도 하고, ‘지역 가수'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2018년 서울 도시재생 엑스포 축하공연 도시재생뮤지컬 '윌리지' 무대
주민들이 지역에서 앨범을 만들어 차트에 오를 수도 있고, 지역 축제에서 주민들이 직접 지역을 홍보하는 무대를 만들 수도 있다. <윌리지> 같은 창작뮤지컬로도 여러 행사에 초청을 받아 수익과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하는 것이 캔디뮤지컬컴퍼니의 궁극적인 목표다.
“암사동 이야기면서 보편적인 도시재생 이야기이기 때문에 각 지역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공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회가 생기면 강사료, 집행료를 못 받는다고 해도 저희가 가서 기획하고 가르치고 진행할 수 있거든요. 노래들이 정말 좋아요. 큰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도시재생을 선도하고 알리는 데 목적을 둔 공연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 기관의 이해도는 아쉽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내용을 이해해주실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가 한두 분이라도 계셨으면 해요. 저희가 음악과 콘텐츠로 도시재생 캠페인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면, 그래서 주민들을 댄서나 가수로 고용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선순환이죠. 도시재생이 뭔지 모르던 사람들이 우리가 지역에서 만든 콘텐츠를 보고 듣는다면 그것보다 더 큰 도시재생 홍보가 있을까요?”
위기를 타개하는 끝없는 아이디어
여러 사람이 모여 춤추고 노래해야 하는 뮤지컬이었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식한 지난 한 해는 더욱 힘겨웠다. 암사동을 여행하는 콘셉트로 찍으려던 주민 합창 바캉스 영상 등 취소된 프로젝트가 줄을 잇는다. 그만큼 이들의 아이디어는 펑펑 샘솟았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화제였던 것에 착안해 암사동의 트로트 인재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과정부터 찍어 올리려는 계획도 있었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통해 보는 프랑스 혁명', ‘뮤지컬 <캣츠>와 함께하는 동물 이야기' 등의 클래스를 열어 당장 춤이나 노래를 배우기 쑥스러운 시민들이 뮤지컬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추려고도 했다.
“또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벤치마킹해 ‘토요일 토요일은 강동구’를 만들어 30, 40대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90년대 히트곡 안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하려고 했어요. 공연을 보러 오는 주민들도 당시 스타일의 옷을 입게 하려고 했죠. 제가 언젠가는 강동구에서 꼭 이뤄내고 싶은 숙원사업이에요. 원래는 주민공동이용시설인 상상나루래에서 연습하려고 했어요. 아직도 코로나19 때문에 닫힌 그곳을 지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아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런 아이디어들로 영상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1년가량 시행착오를 거치며 유튜브를 해오던 와중에 코로나19 국면이 시작됐다. 덕분에 인형 탈을 쓴 댄스 챌린지 영상도 만들어 올리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영상으로 음악과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콘텐츠나 플랫폼을 만드는 게 캔디뮤지컬의 새로운 목표다.
“2018년에 CRC 계획서를 쓸 때는 교육을 병행하는 녹음실이었지만, 지금은 음악을 융합시킨 영상콘텐츠까지 다루는 마을문화예술미디어 공간으로 탈바꿈했어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작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행복과 기쁨이 느껴질 때, 그는 이것이 도시재생임을 실감한다. “함께한 경험과 시간에 너무 행복해하시고, 그 과정을 통해 몰랐던 주민들이 지역에서 인사를 나누고 다니는 게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니까요.” 박민강 대표는 올 한해 유튜브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 외부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콘텐츠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지역에는 좋은 영향력을 파급하고 싶다고. 그의 열정과 함께 집집마다 퍼지는 노랫소리가 암사동 골목을 환히 밝히기를 응원한다.
캔디뮤지컬컴퍼니 사업지 서울시 강동구 설립일 2018년 5월1일 조합원 주식회사, 근로자 3명 CRC 선정일 2019년 5월 CRC 유형 지역사업형 업종 공연기획, 제작 서비스 주요 사업 소셜 콘텐츠 제작, 음원 제작(로고송, CM송, 음반 제작), 문화예술 교육업, 마을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외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음악 관련 문화예술 교육 접근 기회의 부족
해결 방안 다양한 뮤지컬 교육과 관련 콘텐츠 제작을 통해 뮤지컬 교육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시민들의 음악적 역량을 키워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