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9
원문 -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https://surc.or.kr/changes/874)
글_정규영(빈빈) 사진_모현종(일오스튜디오) 사진 제공_마을엄마협동조합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장위동 ‘마을엄마협동조합’ 도시재생 그리고 사람이 남았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한 시. 성북구 장위동 한 주택에 마을 엄마 여덟 명이 모인다. 즐거운 수다와 빵 냄새로 가득한 이곳은 ‘마을엄마협동조합’ 사무실 겸 사랑방이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만나 함께 성장하며 2020 서울 도시재생기업(이하 서울 CRC)으로 선정된 이들은 장위동을 향긋한 냄새로 가득 채우려 한다.
※ 서울 도시재생기업(CRC)은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Q. 장위동 마을 엄마들,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 우리는 장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이웃 만들기 사업을 통해 만난 지역 주민들이다. 2017년 장위동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을 통해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빌라 아래위층 살면서도 전혀 모르다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면서 친자매보다 가까워진 조합원들도 있다. 조합원 6명, 준 조합원 2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대다수가 장위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 해설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마을 해설사로 활동했다.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 맞는 이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하며 역량을 키웠다.
Q. 협동조합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조합원 대부분이 경력 단절 여성들이다. 집안일 하던 엄마들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모여 공모사업에 참여하면서 낯선 서류 작업을 해내고, 직접 구청과 시청의 문을 두드리며 지역 문제를 해결하다 협동조합 설립까지 만들게 되었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다. 여럿이 함께해서 가능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만단 ‘경단녀’들은 활성화 사업을 함께 하며 확인한
화합의 힘을 믿으며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혼자서는 못 할 일, 함께 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진숙 이사장.
주민 스스로 조직한 마을엄마협동조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Q. 협동조합에서 다시 서울 CRC에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겠다. 2019년 장위동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 즈음에, ‘쿵짝’이 잘 맞는 우리 모임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역 주민이면서 당시 장위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였던 엄민경 조합원이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처음엔 법인을 만드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그 경험이 있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바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해 말 서울 CRC에 도전했는데, 최종선정에서 탈락했다. 당시엔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전문가도 아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은 채였으니까.
Q. 이후 사업 방향은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었나? 서울 CRC 도전은 실패했지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도시재생 분야 육성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벌었다. 역시 우리가 가장 신나게 잘 할 수 있는 일은 지역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일이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먹거리 사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사업 방향을 정하고 도시재생기업 발굴 육성 프로그램인 ‘4-STEP’ 과정을 통해 메뉴 선정과 상품개발 등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구체화 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작년 말 서울 CRC에 재도전해 선정됐다.
마을엄마협동조합이 만든 빵은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발효종을 사용한다.
마을엄마협동조합이 만든 한과 세트.
시즌 상품으로, 지난 추석과 설에 판매해 완판을 기록했다.
Q.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데 공공의 지원시스템을 잘 활용한 것 같다.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4-STEP’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어떤가 도시재생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다른 지역의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Q. 협동조합 사무실에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 대표 메뉴인 단팥빵을 만드는 중이다.(웃음)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사무실에 모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제빵 기능장을 초빙해 교육을 듣고 있다. 작년에 케이터링과 쿠킹 클래스 등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수익 내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고민하다 그때 제빵을 배우던 조합원이 빵을 만들어 팔아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우리가 마을 해설사 출신이니 장위동에 얽힌 이야기와 동네 풍경으로 패키징하고 빵을 만들어 팔면 사업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빵도 팔고, 마을도 알리는 거다. 제빵 교육은 거의 마무리 단계고, 아동 요리 지도사 과정과 전통 한과 교육도 앞두고 있다. 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과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2020년 5월 진행한 청소년 쿠킹 클래스 포스터
지역 아이들을 위한 아동 쿠킹 클래스
Q. 장위동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장위동에는 100년을 사이에 두고 태어난, 한국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인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1822년에 태어난 덕온공주가 서거한 후 이곳에 묻혔고, 그 무덤을 돌보기 위해 1865년에 지은 김진흥 가옥이 지금도 남아 있다. 1922년 태어난 김중업 선생이 이끈 김중업건축연구소에서 설계한 2층 주택은 ‘김중업 건축문화의집’으로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동네에 오래 살아도 그런 이야기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빵과 전통 다과를 만들어 장위동의 역사를 알리는 엽서나 유인물을 넣어서 자연스럽게 동네에 대해 알리고, 자기가 사는 곳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사대문 근처에 위치한 북한산 기슭, 풍경이 수려한 곳이라 장위동에는 높은 벼슬아치들의 별장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 즐기던 전통 한과를 만들어 별장 풍경을 그린 패키지로 포장해 판매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그렇게 건강한 빵과 전통 한과를 지역의 이야기와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까지 몇 년 동안의 성장통이 있었다.
Q.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달라지나? 사무실로 쓰고 있는 건물 1층은 빵과 전통 과자를 파는 판매장으로 바뀐다. 단순히 빵이나 과자 가게가 아니라, 다양한 마을 상품을 파는 쇼룸 겸 장위동에 대한 인포메이션 센터로 만들어 공공성을 높이려고 한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아동 쿠킹 클래스도 재개할 생각이다. 지역의 학교와 협력해서 학생들과 빵과 과자를 만들어 돌봄이 필요한 독거 노인이나 장애인 가정에 나눌 것이다. 지원을 받아 성장하였으니, 지역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동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봉사 체험 활동.
함께 빵을 구워 지역의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배달했다.
제빵 기능장을 초빙해 수업을 듣는 마을엄마협동조합원들.
어떤 수업도 모두 함께 듣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Q.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조합원에게 합리적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달 어느 정도 매출을 내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그래도 모여서 하는 일이 즐거워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많이 버는 것보다 즐겁게 오래 일하고 싶다.
Q.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지만 즐거운 까닭은 무엇일까? 이진숙 이사장_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며 더 나은 동네를 만들고 역량을 쌓으며 성장하는 재미. 그 즐거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백운옥_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배우고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면 마치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내가 만든 빵을 손녀딸이 좋아해서 며느리에게 사랑받는 시엄마가 되었다.(웃음) 성은석_ 이 동네에 20년을 살았지만 동네 친구가 거의 없었다. 이제는 걸어서 5분이면 찾아가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웃이 많이 생겼다. 김화숙_ 원예 강사 일을 했는데 코로나19로 하던 일이 끊겼다. 협동조합 일이 아니었으면 정말 어려운 시기였을 것이다. 엄민경_ 공간과 예산이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운영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김영옥_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집 밖으로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여러 일을 열심히 하며 언니 동생이 생기니 동네 생활이 한층 즐거워졌다. 이진희_ 50대 이후에 뚜렷한 직업이 없는 여성들은 뭘 하며 지낼까? 늘 궁금했다. 조합에서 함께 일하며 50대는 물론 70대 이후까지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을엄마협동조합 조합원들. (왼쪽부터) 김영옥, 이진숙 이사장, 성은석, 백운옥, 김화숙, 엄민경, 이진희 김혜숙 조합원은 참석하지 못했다.
Q. 마을엄마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앞으로 장위동을 어떻게 바꿔가고 싶은가? 이웃과 소통하는 따뜻한 마을, 누구라도 지나가다 문을 두드리면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수 있는 마을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 도시재생을 통해 성장해온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을 못할까. 도시재생에 비판적인 시선으로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했다는데, 동네에 도대체 뭐가 남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이렇게 답한다. “선생님, 저희가 남았습니다. 사람이 남았습니다.”
마을엄마협동조합
사업지 장위동 일대 및 전국 설립일 2019년 11월 4일 조합원 장위동 생활권자 6명, 준조합원 2명 업종 제과제빵, 케이터링, 마을 상품 개발 및 판매, 공간 대여 임대업 등 주요 사업 제빵과 전통 한과 제작, 마을 상품 개발 및 판매, 마을 주민을 위한 음식점, 카페 및 케이터링 관련 부대사업,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 마을 해설 및 아카이빙 교육 사업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1.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와 돌봄 서비스 부족 2. 동네 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 3.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 부족
해결 방법 1. 마을 엄마와 함께하는 건강한 먹거리 제공과 쿠킹 클래스를 통한 아이 돌봄 서비스 2. 마을 해설 콘텐츠와 빵, 전통 한과를 결합한 마을 상품 개발 및 판매 3. 돌봄 SOS 사업 참여를 통한 가치 있는 일자리 창출 및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