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surc.or.kr)
2021.12.01
글_정규영(빈빈) 사진_모현종(일오스튜디오)
희망지사업지 신당5동, 소규모 환경개선사업 주민이 끌고 행정이 밀면 동네가 바뀐다
희망지 사업으로 형성된 주민 커뮤니티, 자원봉사에 참여한 학생들, 기꺼이 유지 관리에 앞장선 상인들. 지역 주민이 앞장선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으로 어둡고 지저분하던 골목 풍경이 화사하게 변하자, 행정의 후속 사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신당5동에서 25년을 살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문윤경 공간 운영 활동가(이하 활동가)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자리에 모인 박오순, 도정아 주민 대표 제안자(이하 대표)와 백영숙 활동가가 30년 이상 살아온 동네에 대한 저마다의 추억담을 두런두런 꺼내는 정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2020년 1년간 진행한 희망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종료하고 신당5동이 올해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이전처럼 매일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한다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백영숙 활동가는 푸념하듯 말하지만 입가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박오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신당5동은 ‘한번 이사 온 사람들은 좀처럼 떠나지 못하는 동네’다.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중앙시장과 백학시장 등 전통시장이 발달해 있어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희망지 사업 이전부터 이미 다양한 주민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신당5동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 밑거름은 주민의 끈끈한 관계
희망지 사업을 주도한 주민 모임도 2014년부터 지역 주민 대상으로 반찬 나눔과 봉사활동을 해온 ‘소나힐(소통과 나눔의 힐링캠프)’이라는 마을공동체 사업이 바탕이 되었다. 이미 소나힐 모임에서 활동하던 박오순 대표와 백영숙 활동가에 마을문고 총무 도정아 대표와 상인회 회장 김영식 대표, 통장협의회 총무이던 문윤경 활동가가 합류한 것. 이미 지역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들이 주도한 희망지 사업은 순조로울 수밖에 없었다.
도정아 대표는 희망지사업 주민 모임 시절, 함께 활동하던 ‘희망이음 신당5동’ 사무실을 ‘개미지옥’이라고 표현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갈 수가 없거든요. 잠깐 가 있을 생각으로 아침에 가면 일하고 수다 떠느라 해 질 녘에나 나올 수 있었어요.(웃음)” 희망지 사업 기간 동안 이들은 주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가죽 공예와 뜨개질, 봉제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희망이음 사무실에는 클래스를 진행하지 않는 날에도 7~8명 정도는 항상 상주하며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동네의 문제를 상의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주민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이후 진행되는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신당5동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은 주민, 행정,
지역 자원이 힘을 모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동네의 랜드마크’를 깔끔하게 깨끗하게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은 우리가 사는 지역의 환경을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물리적인 환경을 바꿔 놓으면 주민들이 느끼는 도시재생 체감 효과가 훨씬 클 테니까요.” 지역 주민들에게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개선해야 할 곳을 물었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희망이음 사무실을 찾은 주민들은 벽에 붙어 놓은 지역 지도 위에 메모지로 의견을 남겼다. 보다 많은 주민의 의견을 듣고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을 알리기 위해 피켓과 지도를 붙인 현황판을 들고 수시로 동네를 순회하기도 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주민 의견으로 선정된 곳은 동네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도산어린이공원 골목. 어린아이부터 아이 부모와 청소년, 노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모이고, 매년 10월에는 백학 축제가 개최되는 등 크고 작은 동네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하지만 공원 주변 골목에는 불법주차된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무질서한 데다, 상인들은 이 불법 주차를 막는다고 낡은 가구며 빈 시멘트통 등을 두던 어수선한 곳이었다.
신당 5동, 도산어린이 공원 주변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한 시멘트 통들로 지저분했던 곳이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으로 화분을 설치하고 나니 불법 주차가 줄어들었다.
주민과 행정이 힘을 모으니 사업이 일사천리
다음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많았던 곳이 지하철 2호선 신당역 4번 출구 앞 골목길이었다. 신당역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 주민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었지만, 어둡고 후미져서 쓰레기가 쌓이고, 곳곳에 취객들이 노상 방뇨를 하기도 했다.
“도산어린이공원 골목길에는 화분을 두기로 하고, 신당역 4번 출구 골목에는 벽화를 그리고 양심 거울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벽화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고심 끝에 골목을 밝히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문윤경 활동가의 말이다.
대상지 두 곳을 선정한 후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을문고와 통장협의회, 부녀회, 상인회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죠.” 도정아 대표는 순조로운 사업 진행에는 자치구와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과의 원활한 소통과 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신당역 4번 출구 옆 골목길
어둡고 후미져 쓰레기가 쌓이던 골목이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 이후 한결 밝아졌다.
행정에서 단순히 예산 지원을 넘어 사업 진행에 필요한 지역 자원을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었다. 동국대 벽화 동아리 ‘페인터즈’와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원봉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다 행정의 역할 덕분이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도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신당5동의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신당5동을 걷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어요”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을 완료한 지역의 주민과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사업 자체보다 유지 관리가 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신당5동 주민 모임은 유지 관리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해 두었다. 도산어린이공원 골목길과 신당역 4번 출구 앞 골목에 놓인 화분 하나하나에는 ‘희망이음 신당5동 공용 화분’이라는 문구와 함께 관리 담당 이름표가 붙어 있다. “근처 상가 분들에게 나눠서 배정됐어요.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던 분들이라 흔쾌히 허락해 주셨죠. 그 덕에 지금까지도 화분 속 식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요.” 문윤경 활동가는 뒤이은 행정의 도움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꾸며 놓으니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예산을 배정해 작은 꽃나무도 함께 심어주었어요.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요.”
‘희망이음 신당5동’ 주민 위원들
(왼쪽부터) 도정아 대표, 백영숙 활동가, 박오순 대표, 문윤경 활동가
희망지 사업을 통해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한 지역 주민이 직접 의견을 모으고, 동네 환경을 바꾸는 과정과 결과를 행정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온 신당5동은 소규모 환경개선 사업의 모범 사례로 들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이들 주민 모임 임원진은 그대로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의 주민협의체 구성원이 되어 김장 나눔, 지역 주민과 함께 남산 걷기 등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신당5동을 걷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문윤경 활동가의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