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6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604)
글_김수현(빈빈)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창3동 리앤업사업단 최다솔 활동가, 임건순 단장
다시가게 창3동점 "자원순환을 위한 작지만 큰 걸음"
지역 주민의 정이 담긴 물건으로 가득한 매장. 다시가게 창3동점은 동네 자원순환을 위해 만든 재사용과 새활용 실천가게다. 지난해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서울 도시재생 콘텐츠학교 리앤업(Recycling&Upcycling)'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이론과 실무를 적용해 실제 지역에 매장을 오픈한 것. 매장을 찾는 누구나 기증자이자 소비자이며 나눔으로 함께 행복한 되살림을 꿈꾸는 이곳에서 창3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장봉화 팀장'과 창3동협동조합 리앤업사업단 '임건순 단장'을 만났다.
창동시장 입구에 위치한 '다시가게 창3동점' . 아직 외부간판이 없다.
Q. 다시가게는 어떤 곳인가?
창3동 도시재생센터 장봉화 팀장(이하 장봉화)_ 이제 내게 맞지 않는 옷, 쓰지 않는 물건, 기업의 창고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상품 등을 기증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현대 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낳은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다시가게는 우리가 이 숙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출발점으로서 내가 사는 지역 안에서 자원순환을 실천하고 그 필요성을 알리는 상점이다.
Q. 어떤 과정을 통해 다시가게의 문을 열게 됐나?
장봉화_다시가게는 서울 도시재생 콘텐츠학교의 리앤업(Re&Up) 콘텐츠와 연관이 있다. 콘텐츠학교*는 지난해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진행한 프로젝트로 에너지, 축제, 돌봄, 리앤업, 정원 총 5가지 학과의 전문가와 도시재생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기 지원한 프로그램이다. 창3동에서는 5개 학과 강의에 주민들이 모두 참여했다. 다시가게는 그 중 리앤업 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 콘텐츠학교란? 1. 주민역량강화에서 지역역량강화를 2. 계획의 참여에서 실행의 참여를 3. 시설의 구축에서 시설의 운영관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창3동 리앤업사업단 임건순 단장(이하 임건순)_ 5개 학과의 교육 내용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이걸 잘 활용하면 우리가 지역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더라. 결과적으로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낸 것이 리앤업에 해당하는 다시가게다. 수업 과정이 끝나고, 몇 차례 기존 리앤업 매장에서의 실습이 있었다. 기증된 물품을 분류하고, 가격표를 붙이는 건 물론 매장관리, 창고관리 등을 경험했는데, 이것이 다시가게를 오픈하는데 실무적 경험이 되었다. 다양한 리앤업 매장을 견학한 것도 오픈과정에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Q. 주민들의 콘텐츠학교 교육 참여도는 어땠나?
임건순_ 콘텐츠학교 수업은 과제가 많은 편이었는데, 늘 급박하게 과제를 제출해야 했음에도 모두가 열심히 했다. 문서작업에 익숙하지 않고, 생업으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는 주민들은 현장지원센터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센터 코디네이터 분들이 수업에도 함께 동행하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있나(하하). 덕분에 참여했던 주민 모두 교육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봉화_ 콘텐츠학교의 프로그램은 지역이 가진 고민과 일치했다. 현장에서는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 단위 사업을 발굴하는데, 이에 대한 답을 콘텐츠학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역 현안에 맞닿아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임건순_ 리앤업콘텐츠학교 과정의 과제 중 하나가 시범운영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빈 공간이었던 이 가게 자리에서 콘텐츠학교를 통해 기증받은 물건과 주민이 지원해준 물건을 판매했다. 감사하게도 3시간 만에 약 35만 원이라는 수익을 냈다. 수익금 전액은 5kg 쌀을 구매해 연말에 지역의 어려운 이웃 20분에게 나눠 드리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안쓰는 물건을 기증하고, 필요한 물건은 저렴하게 구입해서 수익금을 지역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주민들이 직접 경험한 셈이다.
Q. 다시가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장봉화_ 일단, 방문한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물건이 싸고 좋으니 ‘득템’이라는 말도 하시더라. 관심을 가진 주민이 늘어나니 기증 물건도 많아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새 티셔츠 20여 벌을 기증받았고, 전화로도 기증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임건순_ 가장 많이 받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다시가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는지다. 사실 후자는 질문이라기보다 우려에 가까운데, 이것 역시 다시가게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심이 모여 기증하는 사람도, 자발적으로 주변에 홍보해주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Q. 시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주변 상인들의 불만이 있지는 않은지
장봉화_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 상인들에게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가게가 마을의 자원순환과 생태적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곳이라는 걸 계속 설명하고 있다. 기증받은 물건, 재사용 가능한 물건을 판매하고 수익금 절반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다시가게의 취지도 말씀드린다. 초기에는 경계하는 분도 계셨는데 이제는 다들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주변 상점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Q. 다시가게의 운영 구조는 어떻게 되나?
임건순_다시가게는 창3동 협동조합 ‘리앤업사업단’이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화요일에서 토요일 사이,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총 3명이 일하고 있는데 내가 토요일, 나머지 두 명의 활동가가 이틀씩 나눠 일한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두 분에게는 시급으로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판매물품은 주민 기증품과 기업 기증품이 있는데, 꾸준히 주민들의 기증품을 늘려가려고 한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협약을 맺은 (사)자원순환사회로가는길 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지역활동을 위해 기업 기증품을 지원해주었다. ‘다시가게’라는 이름은 ‘자원순환사회로가는길’이 운영하는 매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매장 이름을 공유할 뿐 아니라 앞으로 플라스틱 없는 매장, 쓰레기 없는 가게(제로웨이스트샵) 등 동네에서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봉화_이제 문을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경제적인 효과나 성과를 말하기는 어렵다. 다시가게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이 사안에만 집중하면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곤 하더라. 우선 지역에 필요한 작은 일거리를 만들고, 이것이 선한 파급력을 만든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즈음에 자연스럽게 일거리가 일자리로 바뀌지 않을까 한다.
다시가게 창3점은 '창3동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을카페와 공간을 나눠쓰고 있다.
Q 다시가게를 오픈하고 좋은 점은 무엇인가?
임건순_ 무엇보다 왜 우리가 자원순환을 해야하는 지 설명할 수 있어서 좋다.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경험하며 자원순환의 과정과 의미를 알아가는 것을 볼 때 보람되더라. 이런 자원순환의 문화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정착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장봉화_다시가게는 지역의 자원순환 문화를 만드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매장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파생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 지역에는 예부터 양말공장이 많으니 양말을 재료로 지역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가게를 통해 도시재생의 다음 단계를 그려갈 수 있다는 게 좋다.
Q. 다시가게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장봉화_2월까지 시범운영을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예정이다. 같은 공간에 자리한 ‘마을 카페’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되는 카페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려 한다. 예를 들어 우이천, 초안산 등 창3동만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탐방 코스와 다시가게 할인권 등을 카페 세트 메뉴로 엮는 등 지역의 작은 사업이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임건순_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오래 지속되는 곳이 되길 바란다. 자원봉사자, 활동가가 지치지 않게 계속 새로운 일을 만들고 싶다. 이 가게를 계기로 주민들과 소통 하며 다음 사업을 기획하고 상상하는 과정이 즐겁다. 리앤업을 주제로 다시가게를 시작한 것처럼, 이 공간을 거점 삼아 벼룩시장 축제를 열고, 이에 맞춰 정원을 가꾸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콘텐츠학교에서 배운 콘텐츠를 토대로 지역의 여러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상상이 곧 실현되길 기대한다.
다시가게 창3동점 위치 : 서울시 도봉구 덕릉로60다길 25 운영 : 화~토 13:00~18:00(일, 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