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618)
글 김수현(빈빈) 사진 이예린(일오스튜디오) 사진 제공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CRC) “창신숭인 도시재생, 우리가 이어갑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수익을 올리는 단계에 올랐다.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에도 지역 자산을 활용해 일자리와 수익을 만들며 주민이 도시재생을 이어가는 모델을 확립하고 있는,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Changsin-sungin Regeneration Coop, CRC). 손경주 상임이사로부터 ‘CRC 홀로서기’를 들어보았다.
(사진 왼쪽부터)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이강호 코디네이터, 강동우 매니저, 김규동 운영팀장, 손경주 상임이사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손경주 상임이사
Q.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2017년 5월 설립된 도시재생 관련 1호 사회적경제조직(협동조합)이다. 현재 지역 자산을 활용한 카페를 운영하고 주민공동이용시설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도시재생은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한 사업이다. 도시재생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원이 끝난 다음에도 지역 자산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지속하려면 주민이 주체가 되고, 이에 구심점이 될 마을 회사가 필요하다.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행정기관과 주민의 다리 역할을 하며 지역에서 꾸준히 주민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을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들었다. 주민의 눈으로 바라본, 창신숭인의 역사와 변천사가 궁금하다
창신동, 숭인동은 한양 도성 밖에 세워진 첫 마을로 서울의 역사를 함께해온 지역이다. 1910년대 경성부 직영 채석장이 들어서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곳 화강암의 질이 좋아 1950년대까지 광산업으로 많은 수익을 냈다. 또한 조선시대부터 포목 시장이 성행했고, 이후 근처에 평화시장이 몸집을 키우자 봉제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 동네에 정착했다. 평화시장 내 공장들이 서울 전역으로 옮겨갈 때, 이곳에 살던 봉제 노동자들은 주택 안에 가내 수공업 형태의 공장을 꾸렸다. 이런 역사를 거쳐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창신숭인은 중산층 서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창신숭인 채석장 전망대 겸 카페인 카페 낙타는 지역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좋은 모델이다.
Q. 한편으로 재개발 및 뉴타운 지정과 해제 같은 많은 이슈가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서울시 뉴타운 건설 정책이 발표되면서 이 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호응은 높지 않았다. 많은 봉제인이 집안에 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아파트로 이주하면 가내 수공업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고려해 뉴타운 지정을 보류했지만 결국 2007년 서울시 마지막 뉴타운으로 창신숭인 지역이 추가 지정됐다. 이에 동의한 주민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았다. 뉴타운 계획을 살펴본 주민들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2013년 10월, 창신숭인은 주민의 힘으로 뉴타운 지정을 해제한 첫 동네가 됐다.
Q. 그리고 3달 뒤인 2014년 1월, 창신숭인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어떤 과정이 뒤따랐는가?
뉴타운 사업을 진행한 부서로부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재생을 권유받았다. 같은 부서에서 이번에는 ‘개발’이 아니라 ‘재생’을 하자고 하니, 말만 바꾼 게 아닌가 싶어 주민들의 경계가 심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주민을 설득한 결과,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선도지역 공모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바쁜 나날들이 이어졌다. 서울시 주거재생과에서는 행정 준비를 도와주었고,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지원하는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개소하게 되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 의견을 모아 행정기관과 논의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고,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주민협의체가 힘을 모아 창신숭인 도시재생의 계획, 설립, 실행을 함께했다. 또한 주민 공모사업이나 주민 학교, 마을 배움터를 만드는 등 주민의 역량 강화에도 힘을 보탰다. 사실 우리 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도시재생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4년이라는 도시재생사업 기간 이후에도 지역의 재생을 책임질 마을 회사가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재생을 지속해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신숭인 주민은 도시재생 해설사, 바리스타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일거리를 만날 수 있다.
Q.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현재 어떤 사업을 운영하고 있나?
창신·숭인 채석장 전망대 겸 카페인 ‘카페 낙타’와 ‘백남준 기념관 마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신1동 토월, 창신2동 회오리마당, 숭인1동 수수헌 등 주민공동이용시설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창신숭인 도시재생 해설가 교육사업, 창신숭인 도시재생 해설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창신숭인 도시재생기념관의 관리도 맡고 있다.
Q. 사업의 운영 방식, 수익 구조가 궁금하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수익이 꾸준히 늘어서 지금은 경제적으로 자립한 상태다. 올해는 지원 없이 3억의 수익을 거두는 게 목표다. 사실 주민공동이용시설 운영으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 각 시설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정도의 수준은 됐지만, 재투자를 할만큼의 추가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도시재생 사업지의 공동체 용역을 수주하는 등의 창신숭인 외 지역에서 수익을 내 우리 지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재생 안의 사회적경제조직은 지역 상권과의 경쟁이 아닌, 지역에 도움을 주는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그야말로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구조다.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백남준 기념관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Q.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지역에서 어떤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있나?
창신·숭인 도시재생 해설사, 백남준 기념관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주민에게 소소한 일거리를 드리고 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도슨트도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에서 교육한다. 수입이 크지 않지만, 조합원 스스로가 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업이던 어머니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며 자부심을 갖고,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동시에 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감사하다.
Q.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창신·숭인은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언제나 제일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선도지역의 숙명이라고 해야하나(하하). 처음에는 ‘도시재생기업’이라는 개념이 막연했고, 이후에는 참고 사례가 없어서 막막했다. 사실 도시재생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공공’이라는 개념에 집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비즈니스 마인드’로 바꾸는 게 참 어렵다. 여전히 어떻게 수익을 낼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수수헌에서 낭독극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열고 있다.
Q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을 통해 후발 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더라. 책임감과 사명 의식을 갖고 함께 일을 해나갈 주민 리더와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명확한 ‘사업거리’다. 이게 없으면 조합을 만들어놓아도 오픈 휴업 상태일 확률이 높다. 다들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유념해야 할 점은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니라 ‘사업거리’가 먼저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끌고 나갈 주민 리더까지 갖춰진 상태에서 지원 사업이 함께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Q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의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최근 주택 개량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에게 자율주택정비 같은 사업이 있다는 걸 알리고, 적절한 지원을 통해 집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특히 우리가 골목길 주택정비사업을 맡게 된다면 동네에 애착을 가진 주민이 일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보람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도시재생 협동조합 1호’의 경험을 살려 다른 지역의 도시재생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다. 컨설팅이라는 말보다는 문제점을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본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이런 교육을 통해 비즈니스 활동도 하고 서울과 전국의 도시재생에 공헌하고 싶다.

Q.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의 비전이 궁금하다
지역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나가는 것. 도로나 집 앞, 골목길 같은 공공 영역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민이 자신의 집을 고쳐나가며 동네의 가치를 올리는 것. 이 두 개가 동시에 맞물려 꽃을 피우는 게 바로 도시재생이다. 행정적 의미의 도시재생사업은 마중물사업으로 끝이 났지만, 우리가 남았다. 우리의 비전은 창신숭인의 도시재생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마을 재생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 달라.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
사업지 창신숭인 지역 및 전국 설립일 2017년 5월 11일 조합원 창신숭인 생활권자 122명(2021년 2월 현재)
업종 도시재생교육, 마을상품 판매(도매 및 소매), 연구/컨설팅 서비스, 공간대여 임대업 등 주요 사업 백남준 기념관 카페 및 채석장 전망대 운영, 주민공동이용시설 운영, 창신숭인 도시재생 해설 프로그램, 도시재생 교육 및 컨설팅/주민 역량강화/공동체 활성화, 지역관리사업(안전안심 골목길 조성사업, 생활상권 믿음가게 지원사업 등), 지역문화사업(꼭대기 축제 등)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1. 주택 개량 지원 2.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3. 문화적 가치의 발굴과 활용
해결 방법 1. 주택 개량 자율주택정비와 집수리에 대한 적극적 안내와 지원 2.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 창업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3. 문화적 가치의 발굴과 활용 지역의 역사, 문화, 도시재생 경험을 활용한 교육, 답사, 마을 명소화 추진